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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Apr 14. 2024

프랑스인들에게 색다른 한식 비건 요리를 알려주다

2024년 2월, 비건 아뜰리에

2023년에 비건 아뜰리에를 한 번 했었다. 그때는 야채 전, 나물, 비건잡채, 두부강정을 요리했었다. 프랑스에는 한국보다 채식주의자가 많다. 대학교 캠퍼스 내에 학생들을 위한 식당이나 연구원들을 위한 식당에서도 메인 메뉴 3가지 중 한 가지는 항상 베지테리안이다. (비건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언젠가 프랑스인 친구로부터 스트라스부르에 채식주의자 비율이 상당하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그들을 위한 요리를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채식주의자를 만날 수 있고 언젠가 그런 그들을 위해 요리를 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모든 사람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라 하겠다.


메뉴 선정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 한식에서 너무 뻔한 채식요리보다는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는 요리이면서 맛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나는 어떤 요리나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채식이라고 해서 "건강한" 맛만 느껴지는 요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손님에게도 대접할 수 있게 비주얼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요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정한 메뉴가 비건김치를 넣은 녹두빈대떡, 두부조림, 고추장 장칼국수였다.

메뉴를 정한 후, 홍보 포스터를 제작했다.

금요일에 있는 아뜰리에에 비건김치가 필요했기에, 전 주말에 비건 김치를 만들었다. 사실 난 비건이 아니라 비건김치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딱 한번 실수로 프랑스에서 비건 김치를 샀던 적이 있다. 비건인지 모르고 먹었는데, 이건 김치가 아니었다. 감칠맛이 제로였다. 그저 고춧가루 넣어 소금에 절인 배추의 맛이었다. 이게 무슨 김치지? 하는 생각에 이상해서 김치가 담긴 병을 살펴봤더니 Vegan이란 문구가 보였다. 액젓을 안 넣어서 이런 맛이 난 것 같았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액젓을 첨가하며 김치를 볶아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맛없는 비건김치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뭔가 액젓을 대체할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유튜브로 비건 김치를 검색했다. 두세 개의 영상을 보았는데, 비건 김치를 위해 액젓대신 국간장을 쓰더라. 또한 아무래도 감칠맛이 부족할 수 있어서인지 모두 다시마 육수를 사용하고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 녹두빈대떡을 위해 비건 김치를 완성하고 쿠킹 클래스 당일까지 얼른 익도록 실온에 보관했다. 매일 출근 전 김치통을 확인하며 기포가 올라오는지, 잘 발효가 됐는지 확인했다.

열 명 남짓하는 사람이 신청했다. 쿠킹 클래스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아, 항상 최소 인원 (최소인원을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은 충분히 넘겨서 매번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었다. 매번 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 인원이 확정되면, 전날 장을 본다. 필요한 리스트는 미리 작성해 두고, 수량만 인원에 따라 수정한다. 원래도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기에 쿠킹 클래스를 위한 일련의 준비과정들을 모두 즐기는 편이다. 유일하게 싫고 어려운 점이라면,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으로 내가 무거운 짐을 모두 들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제는 너무 무거울 것 같으면, 일부 재료를 다른 분께 부탁하곤 해서 어려움을 조금 덜곤 했다. 다음날 클래스를 위한 재료들을 모두 챙기고, 뭔가 더 할 게 없나 싶었다. 그러다가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비건 반찬을 좀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요리를 시작했다. 아시아 마켓에서 사다 뒀던 생연근이 있어서, 연근으로 연근 조림을 했다. 그런 후, 한국에서 가져온 말린 호박이 있어서 건호박 나물을 만들고, 무를 잘라 볶고는 들깨가루를 넣어 무나물까지 만들었다. 흔하게 맛볼 수 없는 매우 한식적인 비건 한식 반찬들이 준비되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서둘러 아뜰리에 장소로 향했다. 최근에 버스 노선이 연장되면서 내가 일하는 연구소가 있는 캠퍼스 앞에서 버스를 타면 아뜰리에 장소 바로 근처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가장 힘들던 과정도 전보다는 나아진 상황인 거다. 아뜰리에 장소에 도착해서, 먼저 재료들을 요리 순서대로 잘 정렬해 본다. 오늘의 요리 순서는 1. 비건 김치를 넣은 녹두전/ 2, 두부조림/ 3, 고추장 장칼국수였다. 코스로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으로, 메뉴 순서를 정했다. 한 번에 차려두는 게 아니라, 바로 하나씩 조리가 끝나면 맛볼 수 있게 하기로 맘을 먹었다. 사람들이 오기 전, 미리 밥을 안친다. 두부조림과 내가 챙겨 온 반찬들과 함께 먹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도 통역을 담당해 줄 교장 선생님이 오셨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고, 미리 준비해 온 레시피 노트는 나눠준다. 그런 후, 가볍게 인사와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의 요리를 시작한다. 녹두전을 위해 비건김치를 담가왔음을 보여준다. 전날 미리 불려 온 녹두를 보여준다. 믹서기에 녹두와 물을 넣고 잘 갈아줘서, 어느 정도 농도가 좋은지 보여준다. 파를 썰어 넣고, 생 숙주를 넣고 (굳이 데칠 필요는 없다), 비건 김치를 잘게 잘라서 넣어주고, 약간의 전분가루를 추가해서 잘 섞어 마무리한다. 기름을 둘러준 팬에 반죽을 한 국자 퍼서 잘 펼쳐주고는 바삭하게 구워낸다. 잘 구워진 녹두전을 접시에 담고는 잘라서 사람들에게 맛을 보게 한다. 비건 김치도 곁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사람들이 녹두전을 먹고는 "C'est très bon" (It's very good. 진짜 좋네요.)라고 엄지를 들어 올린다. 첫 번째 메뉴 성공이다. 이제 두 번째 메뉴, 두부조림으로 넘어간다. 사람들에게 말한다. 내 요리는 모두 아주 쉽다고. 먼저 양파를 썰어서 냄비 바닥에 깔아준다. 두부를 잘라서 그 위에 켜켜이 쌓아주고는 양념을 만들어서 그 위에 뿌려주고, 육수는 귀찮으니 물을 부어준 후 뚜껑을 닫아 15분가량 익혀내 준다. 마지막쯤 파를 썰어 얹으면 간단하지만 맛 좋은 두부조림 완성이다. 사람들에게 두부를 떠주며 맛을 보게 한다. 다들 두부조림을 맛보며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너무 맛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장칼국수를 준비한다. 간단하게 다시마로 육수를 낸다. 사람들이 다시마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사진을 찍어간다. 육수를 내고는 고추장을 풀어주고, 야채들을 넣어주고는 국수를 넣어서 끓여낸다. 모든 요리가 끝났다.

이제 제대로 먹어볼 차례였다. 두부조림도 있고, 장칼국수도 있고, 내가 가져온 반찬들을 꺼내서 설명해 주고는 밥까지 곁들여서 사람들이 맘껏 먹게 안내한다. 사람들이 먹는 동안, 남아있던 녹두전도 마저 부쳐낸다. 음식들이 싹싹 비워지기 시작한다. 먹는 동안 무슨 요리가 좋냐고 물어보니, 다들 일단 다 맛있다고 한다. 그런 후,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얘기한다. 녹두전과 두부조림이 반반이다. 고추장 장칼국수는 다들 조금 매워했다. 흠... 된장을 이용할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반찬이 낯설어서 잘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다들 호기심에 시도해 보고는 각자 맘에 드는 반찬들을 챙겨가선 계속 먹더라. 다만, 호박나물은 크게 인기가 없었다. 사실 나도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라 할 말은 없었다.


항상 클래스가 끝나면 사람들이 함께 설거지와 뒷정리를 도와준다. 아무래도 클래스자체가 타 클래스들에 비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고 (인당 25유로) 내가 전문 요리사나 강사가 아니란 걸 아니까 더 함께 도와주려는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그냥 이 나라, 프랑스의 문화이려나? 아니면 그저 이 사람들이 모두 착해서 그런 걸까? 어떤 이유에서라도 도와주니 난 한결 정리가 쉬워 좋았다. 아무래도 2시간 클래스를 진행하고 나면, 잘될까 걱정하는 마음에 조금 긴장했던 마음도 풀리면서 조금 피곤해지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낮에 일하고 퇴근 후에 하는 일이라, 더욱 피로감이 있곤 했다. 게다가 금요일!) 최근에는 매 클래스마다 참석하는 F가 나와 바로 5분 거리에 살고 있단 걸 알고는 가는 길에 차로 집 앞까지 매번 태워다 주고 있어서, 마지막 집까지 돌아가는 것조차 편해졌다. 모든 게 전보다 수월하고 여전히 재미있는 쿠킹 클래스다. 이 날도, 프랑스인들에게 그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잘 알지 못했던 한식 비건 음식을 알려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날은 무엇보다 요리들이 비주얼도 좋았고, 사진으로도 충분히 남겼다. ) 이제 마지막 다음 날 한 번의 쿠킹 클래스를 하면, 마지막이었다. 여전히 재미있고 좋은데, 이제 겨우 한 번의 기회만 남았다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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