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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Feb 28. 2024

[프롤로그] 프랑스인들이 내게 물었다. "식당 하세요?

프랑스에 온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연구원으로 일하기 위해서 왔는데, 한국에서 보다는 개인 시간이 많아지면서 매번 나를 위한 요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되면서 어쩌다 보니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 줄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다. 단순히 집에 지인을 초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50명, 30명을 위한 뷔페 요리를 준비하기도 하고, 행사를 위한 핑거푸드를 따로 준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인들을 위한 정규 쿠킹 클래스도 진행했다. 그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요리를 맛보고, 이걸 다 혼자 준비했느냐며 내게 묻곤 했던 말이 “식당 하세요”였다. 내가 연구원이라고 말을 하면 그들은 종종 놀라워했다. 일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어찌 다 하냐고 말이다. 식당 하세요라는 질문은 내게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들이 내 요리를 돈 주고 사 먹을 만한, 팔릴만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내가 식당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마치 이들이 내 식당의 손님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종종 나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누군가 저녁을 먹으로 집에 올 때면 “아 오늘은 저녁식사 예약손님이 있어”라는 식의 진짜 내 식당에 손님이 오는 것처럼 농담을 하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나만의 프랑스 한식당이라 지었다. 프랑스에서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주며 경험한 나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진짜 식당이 아니기에 나 혼자 생각하는 나의 식당이다. 한식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한식당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프랑스 한식당이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첫 파트에서는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며 프랑스인들에게 한식을 가르친 1년 간의 이야기들이다. 한식이니 그저 비빔밥! 불고기!로 메뉴를 정하지 않았다. 항상 사람들이 이 클래스를 들으며 한식을 이해하고, 다양하게 배워 가길 바라면서- 무엇보다 가르치는 내가 즐겁게 가르칠 수 있는 내용들로 진행했었다. 한번 오기 시작하고 거의 정기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고 이후 그들과 점차 친해지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한 쿠킹클래스 외에 두 번째 파트에서는 다양한 행사나 상황들에서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요리해 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연구원 커뮤니티를 위해 준비했던 한식이나, 연구실 동료들과의 포트럭 파티를 위한 한식, 친한 친구를 초대하여 준비했던 한식 코스요리 등과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이제 곧 2년여간의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다. 이 책은 이 책을 읽어 줄 누군가를 위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의 내 생활을 정리하여 나 자신이 추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한식을 요리해 주고, 그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을 위해 요리를 할 때보다 큰 즐거움을 느꼈고, 한식을 전파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꼈다. 한국에서는 해보질 못했을 이런 기회들을 가졌던 것에 고마움도 느꼈다. 이 책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선보인 일부 요리의 레시피, 외국인들의 한식 후기, 행사들을 준비하는 과정,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 요리, 사람, 프랑스 해외 생활, 프랑스의 아시아 마켓 등 이 경험들 속에서의 모든 것을 담으려 한다. 나의 추억을 기록한 이 책을 읽어나가며 나의 경험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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