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먹는 건 거의 없는데, 생마늘은 어린 적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먹기가 힘들다. 생마늘 특유의 알싸한 맛이 별로다. 진한 마늘향이 입에 남는 것도 싫다. 구운 마늘은 그나마 나은데, 구운 마늘도 너무 구웠을 때의 맛도 좋아하지 않는다. 적당히 익은 마늘만 약간 먹는 정도이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하셨지만 섬세하게 요리하는 분은 아니었다. 엄마가 콩나물 국을 끓이실 때는 나중에 다진 마늘을 한 스푼 넣어서 끓여내시곤 했는데, 마늘을 넣고는 그렇게 오래 더 끓이진 않으셨었다. 그리고 마늘을 빻는 게 아니라 항상 칼로 다져서 사용하셨는데, 매우 큼직하게 덩어리가 남기도록 대충 다진 후 콩나물 국에 넣으면 국 위에 커다란 마늘이 둥둥 떠다니곤 했다. 나는 그게 싫었다. 큰 마늘이 있는 게 싫어서 종종 엄마를 도와 내가 마늘을 다지곤 했다. 내가 마늘을 다질 때는 아주 곱게 다져냈다. 마늘이 걸리적거리는 게 싫어서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마늘을 향만 내는 정도지만 한국은 마늘을 마치 채소처럼 먹는 느낌이다. 이탈리아의 알리오 올리오와 한국의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의 양이 너무나도 달라 완전히 한국버전은 새로운 요리와 다름없다. 외국의 마늘빵과 한국의 마늘빵을 비교해 보자. 바삭하게 구워낸 토스트에 마늘을 저미고는 토스트 위에서 바늘을 슥슥 긁어주며 향이 조금 스며들게 한다. 한국은 다르다. 마늘을 듬뿍 다져서 버터와 섞어서는 빵 위에 듬뿍 얹어 구워낸다. 마늘빵을 파는 곳은 빵집에 들어가도 마늘빵 냄새가 난다. 고기를 먹을 때 최고이다. 생마늘을 그냥 씹어먹고, 아니면 마늘을 듬뿍 구워 먹는다. 나는 이 모든 게 버겁다. 마늘 향이 모든 걸 압도하는 맛이 영 좋지가 않다.
얼마 전에는 한 유명 칼국수 집에 갔다. 유명한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찾아갔다. 그곳은 고기육수 칼국수에 마늘향이 듬뿍 나는 마늘김치가 시그니처라고 했다. 식당에 들어선 순간 마늘향이 코를 찌르더라. 냄새가 너무 강했다. 그래도 먹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지만, 칼국수와 함께 나온 마늘김치에서 마늘양념을 젓가락으로 최대한 치워내고 먹어보았다. 윽. 생마늘의 향이 너무 강했다. 칼국수와 함께 먹으면 좀 다를까 싶어 칼국수를 먹고도 먹어봤지만, 적응하기 힘든 강한 마늘향이었다. 나처럼 생마늘에 취약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김치가 아니었다. 결국 김치 없이 칼국수를 먹어야 했다. 이날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마늘에 약하다. 한국인이 마늘의 민족이라면 아무래도 나는 마늘의 민족이 아닌 모양이다.
마늘뿐만 아니라 생양파도 잘 먹지 못한다. 양파의 매운맛이 살아있으면 먹기가 어렵다. 찬물에 푹 담가두어 매운맛을 모두 제거해야 먹을 수 있다. 파의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파절이를 조금만 많이 먹으면 속이 쓰려온다. 내 혀와 위장은 한국의 향신채들이 버거운 것 같다.
하지만 적당히라면 이들이 한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전에 해안가에 사는 엄마가 자취하는 내게 꽃게를 보내주신 적이 있다. 꽃게탕을 끓였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무언가 중요한 재료가 크게 빠진 듯했다. 속이 텅 비어있는 맛이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다진 마늘이었다. 서둘러 마늘을 다져내어 넣고는 한 소금 끓여내니 맛이 완성되더라. 김치를 담글 때도 그렇다. 칼국수집의 마늘 김치정도로 과한 마늘은 내게 버겁지만, 그래도 마늘은 어느 정도 넉넉히 들어가야 김치다운 김치가 되는 듯하다. 외국에 살 때, 김치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외국인 친구가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김치를 담갔다고 했다. 내게 맛을 봐달라며 조금 싸와서 맛을 봤다. 그 김치는, 차마 김치라고 불리기 어려운 말 그대로 "김치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외국인이 만든 김치"인 듯한 맛이었다. 마늘 향이 전혀 없고 액젓의 맛도 적었고, 친구가 평소 만드는 소금으로 절인 피클 맛에 더 가까웠다. 내가 "마늘 조금 넣었지?"라고 물으니 "응. 레시피에 마늘이 너무 많이 적힌 것 같더라고. 그래서 덜 넣었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말했다. "김치에는 마늘이 정말 많이 들어가야 해. 그래서 김치를 담아둔 통해 마늘 냄새가 배어들 정도로, 많은 마늘을 넣어야 해." 그 친구는 요리를 잘하지만 김치를 먹어보지 못해 맛의 기준이 없었다. 그래서 며칠 후 내가 담근 김치를 나눠주며 김치맛을 보여주었다. 맛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몇 주 뒤, 다시 담근 김치를 내게 건넸고, 그건 한국의 맛이었다. 이렇듯, 한국인의 기준으로 나는 마늘에 그렇게 강하지 못하지만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에 비해서는 강한 편인 듯하다.
내가 마늘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 요리에 마늘이 과할 때는 '정말 이게 베스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늘이 그렇게 많은 것이 정말 최고의 맛을 위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마늘이 과해지면서 맛의 균형이 마늘로 치우쳐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나는 우리가 마늘의 민족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