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스토리를 떠올리고는 프롤로그를 적고, 그 이후 에필로그를 썼다.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었다. 갈길이 이미 그려지고 있었다. 거의 토해내다시피 글을 쓰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은 새벽 내내 이어졌고, 그렇게 내가 쓰고 있는 것인지 이 스토리가 나를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그렇게 몰입해서 나는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글이 나왔다. 표지를 포함하여 46페이지라는 숫자였다. 완성하고 나자, 내심 뿌듯했다. 첫 소설이기에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읽기에는 제법 괜찮다고 느껴지지만, 나는 객관적일 수 없으니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책을 쓰다 보니 조금씩 수정하는 게 생기기는 했다. 처음에 주인공이었던 홀로의 이야기였지만, 중반부에는 이방인이 좀 더 나타나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진 않았다. 이방인의 아픔은 보다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게 하고 싶기에 디테일을 오히려 생략했다. 홀로가 이방인에게 건네는 위안의 말들은 내가 세상에서 어려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그런 말들을 쏟아내며 글을 적었다.
생각해 보니 어제에 이어 오늘 깨어난 후에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10시간 남짓 다른 것을 하지 않았다. 김밥 한 줄을 나눠 점심, 저녁으로 때우며 간간히 목을 축이며 그렇게 한 자리에서 계속 써내려 갔다. 이렇게 쏟아낸 것이 내 마지막 소설이 되지 않길 바란다. 시간이 날 때 다시 읽어보며 작품을 수정해야겠다. 위대한 작가들이 말했듯, 퇴고의 시간이 중요한 거니까.
하지만 이 소설을 공개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