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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28. 2024

윰전동 메뚜기를 쓰고서

다른 소설을 썼었다. 대학교 때 친구에게 "이번에 소설을 하나 썼어"라고 말했다. 친구가 "그렇구먼." 하더니 잠시 뒤, "우리 대학교 때 얘기는 글로 안 써? 그때 재밌었잖아."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옛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윰전동 메뚜기이다.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우겨보겠다. 하지만 모든 게 사실인 것도 아니다. 모든 게 사실은 아니고 일부 허구가 있다. 내가 사실이라 믿는 것들조차 오래된 기억이라 이걸 읽은 친구들도 나도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왜곡된 기억이며 내가 지어낸 허구인지는 그 경계가 불분명했다. 그러니 이것은 소설이다.  


각 인물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쓰고는, 해당 친구에게 글을 보냈다. 모두가 기뻐했다. 정말 모두가 그랬다.

-그립네.

-잊고 있었는데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재밌었는데

-그때의 공기가 느껴지네

-나와 닮은 캐릭터가 책 속에 살아있다니 기분이 신기하네

-읽기 전에 뭔가 조마조마했는데... 좋다.


심지어 나는 옛 남자 친구에게까지 연락해서 글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 그 또한 흔쾌히 허락해 줬다. 나의 기억이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정리한 글이니 그는 불만이 없다고 했다. 그도 글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생각난다고 했다. 즐거웠다고 했다. 한 친구는 이른 아침 수업을 다녀온 후에야 글을 볼 수 있었다고 하면서, 내 글을 칭찬해 줬다. 너무 좋았다며, 행복한 아침을 줘서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따뜻한 사람들이다. 사실 그 옛날 메뚜기떼로 놀던 시절에는 이렇게 감성적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들도 모두 나이가 들고 삶에 지쳐서인지, 그 옛날 철부지 시절의 우리의 추억에 괜히 감상에 젖은 게 아닌가 싶다. 한동안 생일축하방이 되었던 단체대화방은 내가 올린 글로 오래간만에 활기를 보였다. 다들 옛 생각에 옛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주말엔 몇몇 친구들이 함께 모인다. 한 친구가 내 소설(?) 속 인물들에 자신들을 빗대어 여름이가 옵니다. 홀로도 나온대요-라고 하는 말들을 했다. 내 책이 와닿았구나-하고 기뻤다. 글을 쓰기를 잘했다고,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글을 썼던 것들이 모두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나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줘서 나도 기뻤다. 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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