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창작으로 중장편을 쓰기는 감당이 되지 않아, 짧은 단편들을 쓰기 시작했다. 정말 짧고 간결하다.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하나만 있어도 그걸 조금만 풀어내면 금새 한 편이 완성된다. 여러편의 단편으로 단편 모음집을 만들 생각인데, 이번에도 주인공은 "홀로"이다. 작가(?)로 활동하는 나의 필명이 이확위라면, 작품 속의 나는 "홀로"이다. 그렇게 나와 캐릭터를 조금은 구분하여 세상을 바라보니 써내려가며 더 재미가 느껴진다. 읽는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토요일 오후 4시
-파도를 타는 서퍼
-고라니야 나 대신 소리 좀 질러줘
세 편의 단편을 썼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보내주며 친구의 조언으로 초고를 계속 수정한다. 친구는 나의 비공식 에디터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내 글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니 다시 한번 '아, 나는 운이 좋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쓰고 싶은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 차가움=아픔을 따뜻함으로 녹아내린다는 내용을 쓰려는 "겨울 왕국이 햇살 속에 녹았네"와 홀로, 나의 취향에 대한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얼음 3개"와 "외면 당한 계란 노른자" 등을 생각하고 있다. 이미 머릿 속에서는 어느정도 스토리가 나와있기에 이제 손을 움직여 바삐 쓰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하는 마음이 들만큼, 글쓰기가 무척이나 즐거운 요즘이다. 하루에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해서 손을 움직여 노트북의 타자를 친다. 그렇게 완성되는 글들이 부족함은 있지만 나에게 성취감을 안겨주고 있다.
워낙 짧은 글들이라 그 허전함을 채우기위해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각 단편에 대한 일러스트 하나를 그려 글과 함께 선보이려 한다. 그렇기에 글은 완성되었으나 아직 그림이 없어 업로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글보다는 그림에 시간이 더 걸릴 듯 하다. 하지만 이 또한 재밌는 작업이 될거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조금 더 분발해야지!
단편 중 "고라니야 나 대신 소리 좀 질러줘"의 일부를 적어본다.
처음에는 답답함에 오른쪽 다리를 덜덜 떨기 시작했다. 어딘가로 표출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그것으로 부족해 양쪽 다리를 떨었다. 그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주먹으로 살짝 자신의 허벅지를 내려치고 있었다. 짜증남이 계속해서 밀려들어왔다. 십여분 전부터 이미 그녀의 미간에 진 주름은 펴질 줄을 몰랐다.
답답해져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는 생각에 문득 이상한 소리로 울어재끼는 고라니가 떠올랐다. 홀로는 고라니의 사진을 검색하였다. 귀여운 초식동물 같은 외모에 어마무시한 송곳니가 삐져 나온 언제봐도 괴상한 고라니가 보였다. 고라니처럼 소리를 질러대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지만, 이 곳 오피스에서 홀로가 소리를 지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홀로는 속으로 말을 건넸다.
‘고라니야, 나 대신 소리 좀 질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