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확위 Dec 19. 2024

가끔은 엉엉 울어보고 싶다

어릴 때는 울보였다. 매일 울었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부모님은 내가 크면 보여주겠다며 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다 남겨두셔서 어릴 적 앨범에는 우는 모습이 잔뜩 남겨져 있다. 울보떼쟁이였는데, 언젠가부터 잘 울지 않는다. 엉엉 울어본 기억도 없다. 눈물이라면 우울이 나를 감쌀 때 어두운 방 한편의 침대에 웅크린 채 누워서 그저 눈가에서 또르륵 흐르던 눈물 정도이다. 


가슴 한편에 답답함이 느껴진다. 뭔가를 토해내고 싶은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답답하고 종종 숨이 막힐 뿐이다. 병원에 다시 가서 약을 받아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소리 내며 울어본 기억이 없다. 통증을 참고 참다가 눈물이 나온 적은 있지만 언제나 소리 없이 눈물이 조금 흘러나올 뿐이었다. 점점 감정의 절제만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더 표현해야 하는 사람 같은데, 언젠가부터- 주변에 무슨 일이 있어도 동요가 적다. 누군가가 내게 잔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가슴에 답답함이 계속되어 오늘 아침은 문득, '엉엉 소리 내어 울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야 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마음속에 쌓여가는 것 같은데, 그걸 끄집어내는 법을 모르겠다. 무엇 때문인지를 모르니 해결하는 법을 모르겠다. 


고분자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 중 nucleation-elongation 메카니즘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먼저 핵이 만들어지는 응집이 일어나야 하고, 그 이후에 연장이 일어나는 거다. 무언가가 내 속에서 핵이 만들어지고 그게 조금씩 더 큰 응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후에는 더 가속화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응어리를 없앨 방법을 모르겠다. 그저 답답함이 잦아지고 있을 뿐이다. 시원하게 울부짖어본다면 어딘가 개운함이 느껴질 것 같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가슴에서 시작된 답답함의 응어리는 이제 목까지 올라온 듯 내 숨을 조금씩 옥죄어 온다. 답답함의 정도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연말이라 지친 걸까. 

잠시 멈춰갔으면 좋겠다. 

모든 생각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다.

다시 새해가 올거고, 또 다른 한 해를 살아가고, 그렇게 계속될 앞날들이 버겁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