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날이 잦은데, 조금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는 에어팟을 끼고는 볼륨을 높여 세상과 조금 단절된 기분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 온전히 내 생각 속에 머무를 수가 있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오피스에서 잠시 노래를 들으며 기분이 좀 나아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보낼 메시지가 있어 카카오톡을 들어갔다가 업데이트된 사람들이 뜨는데 그중에 어쩐 일인지 조카가 있었다. 눌러보니 프로필을 바꾼 모양이었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데,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린이 같은 귀여운 조카이다. 어릴 때부터 작고 귀여운 인형들을 좋아하곤 했는데, 새로 바뀐 프로필도 조카가 아끼는 자그마한 인형이었다. 그걸 찍어 사진을 바꾼 모양새가 귀여웠다. 변함없는 그 귀여움이 귀여웠다. 그런 조카를 생각하니 답답하던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꼈다.
한국으로 오기 전 프랑스에서 정신과 의사가 내게 질병적으로는 이제 큰 문제가 딱히 없어 보인다 했었다. 그 말이 종종 힘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다시 약을 먹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 전 누군가 말했듯, 그저 나는 조금 예민한 사람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즐거운, 좋은 일이 일어나면 나는 금세 나아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하려 애쓰는 편이다. 조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필요할 때 바로 끄집어내어 기분이 나아지게 하는 건 좀 더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올린 글에서 우울에 하는 친구인가 언니인가가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하기에, 먼 길에서 붕어빵 파는 곳에서 사다줬더니 환하게 웃어서 기뻤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 베스트셀러였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란 책도 있다.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건 어떤 대단함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순간의 소소한 기쁨들이 우리를 삶에 묶어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순간의 기쁨들을 더 열심히 찾아야 하는 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