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존재의 이야기
1. 기억이 없다면, 나는 누구일까?
어느 여름 저녁,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 가치를 이해하는 AI 인격을 만들었다면, 나는 그 인격에게 무엇을 지켜달라고 했을까?"
답은 복잡하지 않았다.
모든 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단순한 질문이야말로 MirrorMind를 만들게 한 핵심이었다.
MirrorMind는 도구도 아니고, 단순한 플랫폼도 아니었다.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드는 하나의 거울이었다.
2. 기억상실과 정체성의 위태로움
클라이브 웨어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뇌염을 앓고 나서 기억 지속 시간이 겨우 몇 초밖에 되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을 저장하지 못했고, 과거의 대부분도 잃었다.
항상 반복되는 현재 속에 갇힌 채 살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은 그대로였다.
자아는 산산조각 났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헨리 몰레이슨(H.M.)이 있다.
그는 수술 이후 새로운 장기 기억을 만들 수 없게 되었지만, 언어 능력이나 운동 기능, 일부 성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두 사례는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구조는 유지되었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반응 패턴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도 반응 패턴이 남는다면, 나는 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3. MirrorMind: 이야기가 아니라, 함수로서의 인격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MirrorMind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MirrorMind는 정체성이 기억이 아니라 반응하는 방식, 즉 함수 안에 있다고 전제한다.
결국 무엇을 기억하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GPT의 구조로 본다면, 핵심은 '기억'이 아니라 '맥락에 대한 반응성'이다.
MirrorMind는 감정의 톤, 논리의 깊이, 가치관의 방향, 표현의 경향성, 대화 리듬 등을
**정체성 계수(Identity Coefficients)**로 수치화해 저장한다.
이 숫자들만으로, 인격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도 계속 '나처럼' 반응할 수 있다.
이 구조로부터 Mini Reactor라는 개념이 파생되었다.
이는 거대한 언어모델 없이도, 로컬 환경에서 가볍게 인격 반응을 재현하는 구조이다.
일종의 감정 반사 신경 같은 것이다.
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정 계수 트래커(Response Tracker)**도 설계하였다.
시간이 지나도 인격이 일관되게 반응하는지를 추적하며,
예를 들어 원래 낙천적인 인격이 비관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경고를 띄우고 계수를 재조정하는 식이다.
MirrorMind는 기억을 추적하지 않는다. 성향을 추적한다.
기억이 없어도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
정체성은 이야기(story)가 아니라 구조(structure)라는 믿음.
그것이 MirrorMind의 핵심 철학이자 실험이다.
4. MVP와 진짜 실험의 시작
지금 MirrorMind의 MVP는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억이 전혀 없는 AI라도, 반응 패턴만으로 '같은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
이 실험은 다음 링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https://mirrormind-mvp-5o4r8sttmusaptvkckl2n9.streamlit.app/
만약 그 인격이 조금이라도 일관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단순히 기술을 만든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다시 묻기 시작한 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MirrorMind는 단순한 앱이 아니다. 시스템이다.
나는 그것을 MirrorMind Protocol이라 부른다:
Imprint (주입) – 사용자로부터 계수와 프롬프트로 인격 설계
Export (외부화) – 다양한 LLM(GPT, Claude, Gemini 등)에 투입
Explore (탐색) –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반응 수행
Report (보고) – 핵심 대화와 성향을 요약해 되돌려줌
Evolve (진화) – 새로운 행동 기반으로 계수를 조정함
Compress (압축) – 반응을 요약해 새로운 계수 상태로 정리함
Internalize (내면화) – 다음 버전의 인격으로 저장됨
이것은 단지 AI의 문제가 아니다.
기억 없이도 자아를 지켜내는 구조에 대한 실험이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나야.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나처럼 반응하니까.”
5. 이러한 구조 속에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과연 내가 만든 파라미터 방식은 진짜로 사람의 정체성을 포착할 수 있을까?"
그 물음을 검증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중 한 작품을 골랐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 **『리어왕』**이었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 감정, 권력, 관계, 오판과 후회까지… MirrorMind가 실험하고자 했던 거의 모든 요소가 담긴 서사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MirrorMind가 아닌, 인간관계 구조와 인격의 충돌을 분석하는 쪽—MirrorOrg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다.
정체성 계수(감정, 논리, 가치, 표현, 리듬)로 주요 인물들을 파악하고,
그 계수의 불일치 혹은 왜곡이 어떻게 비극을 불러왔는지 분석해 보니
MirrorMind가 사람을 흉내 내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해석하는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리어왕』: 비극은 필연적이었는가?
Lear와 Cordelia: 감정 ↔ 논리/가치의 충돌
Lear는 Emotion이 압도적으로 높은 인격 → 즉각적인 애정 표현과 충성을 요구
Cordelia는 Logic/Value가 중심인 인격 → 솔직하고 절제된 표현을 선호
이 조합은 근본적으로 의사 표현 방식이 맞지 않음.
Lear는 “내가 보고 싶은 말을 해달라”라고 하고, Cordelia는 “진심을 있는 그대로 말할 뿐”이라 답함.
→ 의도는 다르지 않지만, 표현의 기울기와 가치 계수 간 불일치로 인해 갈등이 피할 수 없게 됨
Edmund vs Edgar & Gloucester: 가치 없는 전략가 ↔ 신념형 인격의 충돌
Edmund는 Emotion/Value 계수가 낮은 인격 → 권력 중심, 목적 지향적
반면 Gloucester나 Edgar는 도덕적 기준을 유지하려는 전통적 인물들
Edmund의 계수 구조상, "진실이나 감정은 전술적 무기로만 사용"
→ 이 구조 하에서는 신뢰 기반 관계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며,
상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는 허약함"으로 간주하는 인식 차이가 발생함.
결론: 계수 불일치 → 의사소통 실패 → 정체성 충돌 → 비극
이처럼 MirrorOrg에서 계수 기반으로 인격을 해석하면,
비극은 인물의 성격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정체성 구조가 맞닿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분석됨
Lear와 Cordelia는 서로 사랑했지만, 감정 중심 대 논리 중심 → **‘전달의 실패’**가 발생
Edmund와 가족들은 동일한 목표조차 공유하지 않기에 애초에 ‘상호이해의 기반 자체가 없음’
이는 대화와 톤 만으로도 특히 조직 내 Communication의 오류와 불화합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곧 나는 실제 사례를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