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도시재생

상권에 심폐소생술 하기

by 따청



나에게, 우리에게는 ‘시내’인 곳


도시재생사업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이런저런 사업들 중 한 줄기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 사업이다. 쉽게 말해서 예전의 명성이 무너진(낙후된) 지역을 개선해서 다시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든다.. 정도라 할 수 있을까나..


전면 재개발과 같은 느낌은 아니다. 해당 지역의 경관을 개선하고, 원주민들의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등 해당 지역을 ‘재생’하는데 목적이 있다. 요즘에 보니 대학원 과정에 도시재생 전공도 있는 듯하고.


물론 주거단지 수요가 많아 재개발하면 대박이 나는 서울은 크게 관심이 있겠냐만, 지방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은 (효과가 있든 없든)지역에 뭔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국책사업이기는 하다.




과업 제안 PT 발표해서 4,800만 원을 벌었다

어디 대규모 공사 같은 과업을 생각하면 미미한 돈이지만, 처음으로 과업 제안 발표를 해서 4,800만 원짜리 사업을 따 왔다.


소위 말하는 ‘공간적 범위’는 내 20대 초반의 추억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나의 ‘시내’. 솔직히 말하면 나도 요즘 거의 가지 않는 곳. 이제 이곳의 몰락하고 있는 상권을 살리기 위한 ‘어떤 일’을 해야 한다.


20대 초반에는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가 무조건 시내였는데 사실 지금은 갈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 이 사업이 마칠 때 즈음이면 조금은 살아나 있을까?



주말 저녁인데..?

제안 발표가 난 이후 때마침 친구 생일이라 우르르 ‘시내’로 놀러 나갔다. 원래 매번 가던 근처 상권으로 가려고 했는데 과업 생각도 나고 오랜만에 시내 가자 해서 나갔다.


놀랍다. 내 기억 속에 있던 그곳이 아니다. 너무 어둡고, 사람이 너무 없고, 거리 전체가 죽어 있다. 그 어둠 속에서 장사가 잘 되는 곳만 장사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년 전에도 다니던 가게는 여전히 성업을 하고 있고, 새로 생긴 가게들도 여기저기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가게는 불이 꺼져있다.




수제 맥주 여기서 여기까지 다 주세요


집에 가기 전에 맥주로 입가심

검색을 해서 고깃집에 가 너무 맛있다며 손뼉 치며 고기 먹고, 20년 전에 단골집을 가서 또 하나 먹고, 수제 맥줏집을 찾아갔다.


사실 제안서 쓰기 전에 찾아가서 이런저런 인터뷰를 했던 가게로, 인터뷰 당시 내가 기억하고 있던 20년 전의 시내와 현재 현업으로 장사를 하고 있으신 분과의 생각 차이를 알고 싶었다.


나: 여기 상권이 이렇게 무너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장님: 그쪽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번 들어봅시다.


턱, 하고 할 말이 막혔다.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씀을 드렸는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는 그냥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었다.


물론 내가 생각 한 그런 것이 원인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는 이제 사업을 진행해 가면서 하나씩 풀어갈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덕분에 사업 땄습니다

자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 꾸벅 인사를 했다.


며칠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찾아와서 인터뷰를 했던 사람입니다. 인터뷰에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덕분에 사업 땄습니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도록, 20년 전의 전성기가 찾아오는데 조금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렸다.


이 날 친구 생일파티를 하며 마신 술은 달았다. 친구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앞으로 이 지역 출신으로, 이 지역에 추억이 많은 사람으로서, 이 지역이 다시 살아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어서일 것이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용역비를 받고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어설프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와 역량, 상인들과의 이야기를 잘 나누어 가면서 조금이나마 달라지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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