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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청 Dec 21. 2022

젊은 옛날 사람

꼰대인데 꼰대는 아닌..

좋좋소

나는 중소기업에 다닌다. 아니, 소기업인가? 그래도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는 회사니까 중소기업이라고 해야 하나.. 2021년 8월이 되자마자 일을 시작했으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2022년 12월) 1년 하고도 꽉 찬 5개월이 다 되어 간다.


잦은 멤버 교체

우리 회사는 지금 현재 7명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번 주가 지나면 2명이 그만두고 5명이 일 하게 된다. 1년 5개월이 지나며 잠시 들렀다 간 사람들이 제법 된다. 내가 들어오기 직전에도 멤버 교체가 조금 있었으니.. 이번 주에 그만두는 두 명을 생각하면 대충 다섯 명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업무강도가 상당히 높다. 연구용역, 역량강화와 같은 업무 특성상 밤낮이 없고 주말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을의 위치에 있는 곳이다 보니 발주처로부터의 이런저런 요구가 갑자기 툭툭 들어오기도 한다. 또한 공공기관 특성상 과업들의 발주 일자와 마감일이 대충 비슷하기 때문에, 특히 요즈음 같은 연말이 되면 다들 회계마감 전 과업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아주 그냥 피똥을 싼다. 그런데 정해진 예산에 기업의 이윤 비율이 있다 보니 마진 자체가 매우 낮다.


과업을 못 따오면 일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력이 그만둔다고 사람을 바로 보충하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일이 계속 없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보충하지 않기도 애매하다.


게다가..

부제목에 적어놓은 것처럼 대표님의 성향이 조금은 애매한 편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스타일, 회사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등을 보면 상당히 스타일이 젊다. 그런데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또 상당히 꼰대스럽다.


꼰대스러운 부분

회식이 잦다. 아마 회식을 복지 중 하나로 생각하시는 듯하다. 나야 뭐 혼자 살고, 연애도 하지 않으니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가기 싫은 날이 있기는 하다는 것은 함정.


회식 중 '식순에 의거' 건배사를 항상 한다. 이게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스트레스이다. 술자리에서는 자기와 제일 멀리 앉은 사람과 이야기해야 한다는 그런 철학이 있으신데, 이게 강요가 되니 상당한 불편함이 따른다.


회사 특성과 연관이 있어서 이걸 여기에 넣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주말출근, 야근이 수반되어야 하는 때가 있는데 이게 쌓이다 보니, 처음에는 눈치를 조금 보시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일이 있으면 당연히.. 의 분위기가 되어 있다. 이 부분은 역시 일이니까 뭐 딱히 불만은 없는 편.


생일 챙기기. 이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생일이 되면 선물을 챙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생일을 챙기는데 어찌 보면 참 정감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선물은 뭐 할까.. 하는 고민이 스트레스가 된다. 그냥 안 주고 안 받기가 좋은데.. 그러고 상당히 높은 확률로 생일날은 회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단체 휴가. 지난여름 즈음하여 제주도로 1박 2일 회사 사람들과 여행? 휴가?.. 뭐 어쨌든 갔다. 바쁜 거 급하게 마무리하고 휴식 차원이기는 했는데 또 직원들 챙긴다고 원하는 장소를 한 곳씩 선택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1박 2일이 매우 강행군이 되었다. 그리고 사실 회사 사람들과 간 제주도가 즐거워야 얼마나 즐겁겠는가.


일단 이 정도, 그래도

좋은점도 많다. 1년 5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직까지 대표님으로 인해서 나의 역량이 성장한다는 것을 매우 크게 느낀다.


휴가도 여름, 연말에 1주일 씩 간다. 물론 발주처 등의 사정으로 휴가기간 중 일을 해야 하면 일어쩔 수 없지만.. 아무래도 을이다 보니.. 나는 휴가를 간 적이 없다. 대표님도.. 껄껄껄


그리고 고생한 만큼 챙겨 주신다. 금융 치료..

물론 초과근무에 대한 계산법을 정해서 한 만큼만 받고 싶다. 임의로 주시다 보니 수당이 없는 날은 뭔가 약간 서운하다. 내가 이번 달 일을 열심히 안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회사를 다니며 정말 좋았던 적이 있다. 발주처에 자료를 제출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다. 갔다가 물건 주고 돌아오면 한 시간 정도? 그때 대표님께서 그냥 퀵을 보내라 신다. 그렇게 멀지 않다고 갔다 오면 된다고 하니 대표님 하신 말씀,

황 팀장 한 시간이 퀵비보다 더 비싸다.


뭐 어찌 보면 철저하게 경비 측면에서 하신 말씀일지도 모르겠지만, 극단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성향이 묻어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당연히 내 연봉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원래 퀵비보다는 더 비싸겠지. 단순 시급 계산을 통해서 나온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말속에서 어쩐지 뭔지 모를 울림이 있었다.


물론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좋은 점의 나열로 우리 회사가 썩 좋은 근무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덮을 생각은 없다. 객관적으로 봐도,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고수가 있고 내가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고, 일도 보람이 있다 보니 일단 나에게는 다닐 이유가 충분하다.


하여튼 걱정이다

처음 이야기했었던 것처럼 이번 주가 지나면 두 명이 그만둔다. 수행하던 과업들이 하나둘씩 마무리되어가는 시기이고, 그만두는 두 명 역시 하던 일은 마무리를 상당히 지어주고 나가기 때문에 당장의 업무적인 로드는 크게 생기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가장 걱정인 것은 바로 회사 전체적인 업무 숙련도. 직원이 자주 바뀌다 보니 경력직으로 오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적응하기 전 까지는 업무공백이 생긴다. 그래도 일이 손에 붙기 위해서는 3개월은 걸릴 것 같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또 그만두게 되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개인에게도 별로, 회사에 남은 사람에게도 별로이다. 특히 회사의 숙련도가 발전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람에 구멍이 나게 되면 남은 사람이 어쨌든 그 구멍을 또 메우게 되는 것. 자연스럽게 회사 전체의 숙련도는 상승하지 않는다.


다음에 어떤 인력이 회사에 새로 오게 될 줄은 모르겠다. 그때는 위에 언급했던 단점들이 조금씩은 사라져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숙련도가 높아지는 날이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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