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집인가요?
2달간의 한국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에 대한 긴장과,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렘과, 친구와 가족을 놓고 떠나간다는 아쉬움과, 편안한 내 침대에서 다시 잘 수 있다는 기쁨과, 집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걱정과, 끝내 맛보지 못한 음식이나 먹어 봤지만 한번 더 먹어보고 싶었던 서울의 맛집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한 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캐나다로 돌아옴은, 바쁜 휴가에서 여유로운 일상으로의 복귀였고, 주차공간을 걱정하던 곳에서 잔디가 너무 자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의 복귀였다. 무엇을 원하던 모든 게 준비된 곳에서 해가지면 모든 걸 다음날로 미뤄야 하는 곳으로의 복귀였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과 집, 차가 있고 아이들의 학교가 있는 캐나다가 당연히 지금 내 집이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집에 오자마자 영어가 어눌한 외국인이 되었고, 집에 돌아왔지만, 친구들과 어머니와는 다시 멀리 떨어졌다. 내가 어렸을 적 다녔던 학교는 이곳에 있지 않았고, 미국경유에서 탄 우버아저씨의 어디서 왔냐라는 질문에, 캐나다에서 왔다는 말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잘 갔다 왔냐는 인사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업무를 안겨주는 회사와, 돌아오자마자 시작된 아이들 학교 점심걱정과(진짜 오늘은 뭐 싸주지? 이렇게 브런치를 쓸 때가 아닌데), 2달 만에 보는 우리 집 개가 산책 가자고 조르는 모습은 내가 살아야 할 일상이 있는 곳이 이곳이란 것을 알려주었지만, 여전히 나는 내 집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갇혀있다.
아마도 아직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돼서 그런 것 같다. 도시락 걱정 며칠 더하면 아마 이런 걱정도 없어지겠지. 그나저나, 이제 가을 옷을 좀 꺼내놔야 할거 같은데, 한국에서 좀 사올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