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월. 불암산 산기슭.
영화 <넘버 3>의 첫 촬영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흑백의 몽타주로 그려졌지만..
조필과 불사파 멤버들이
산 속에 천막을 쳐놓고 합숙을 하며,
극기 훈련을 하는 장면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날의 기억이 지금껏 너무 선명한 이유는..
쌓여있던 눈이 채 녹지도 않았을 정도로,
몹시 추웠던 날이었고..
험한 산길을 장비를 가지고 올라가느라,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촬영을 준비하면서 세팅하는 동안-
커다란 돌 바위 위에서 미끄러져버린 내가,
꽈당- 하고 넘어지면서, 턱이 깨졌고..
(진짜 깨졌다기 보다는, 긁혀서 살점이 뜯겨
나가면서 피가 흘렀던 정도였다;;;)
산 속에서, (구급 약상자를 이용해서)
간단한 응급 조치만을 한 채로..
아픈 턱을 부여잡고, 첫 촬영을 끝냈던!!
쓰라린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후로, 나에게는 참으로 이상한 징크스가 생겼다.
작업했던 영화의 첫 촬영 날.
어떤 이유로든, 내가 피를 보면..
그 영화는 거의 흥행에 성공한다는!! ㅎㅎ
희한하게도,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도 절대 아닌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게!!
반드시 피를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런 징크스는, 나중에-
<후궁>을 작업할 때까지 이어졌는데..
이 피의 징크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후궁>을 기록할 때, 몰아서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