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의 촬영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평촌의 감독님 댁에서-
태주와 현지의 아파트 촬영을 마치고..
이어, 근처의 포장마차와
아파트 놀이터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파트 놀이터에서-
조폭인 “태주”와 검사인 “마동팔”이
맞짱을 뜨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의 일이다.
그날은, (강우기를 뿌린 게 아니라;;;)
실제로 추적추적- 비가 계속 내렸는데..
제작 여건 상, 촬영을 연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
동시녹음 때문에, 우산을 쓰지도 못한 채로..
(우산에 떨어지는 비 소리가,
녹음 되면 안 되니까;;;)
모두가 비에 흠뻑 젖어가며,
밤샘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우비를 입었음에도, 엄청 추워서-
오돌오돌 떨었던.. 기억이 제일 먼저 난다.
그리고, 조명 팀이 종이컵에 담아 건네준-
물을 마셨더니, 그것이 물이 아니라..
“깡 소주” 였던 기억도! ㅋㅋ
그 때, 처음 알았다.
밖에서 노가다(?!)를 하다가,
마시는 소주가 얼마나 달콤한지!!
심지어, 몸을 얼마나 따뜻하게 해주는지!! ㅎㅎ
그렇게 쏟아지는 비 속에서,
소주를 홀짝이며 촬영을 계속 하던 중에-
커다란 사고도 하나 발생하고 말았는데..
태주를 덮치던 마동팔 검사의 손가락이,
그네 사이에 잘못 끼어서 그만!
우드득- 부러져 버린 것이다. ㅠㅠ
퉁퉁 부어오른 최민식 선배님의 손가락을 보며,
감독님은, 당장에라도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최민식 선배님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저 때문에,
촬영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요.
참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빨리 촬영 마무리하고, 병원에 갈게요.
그 날, 최민식 선배님은
부러진 손가락의 고통을 참으며..
끝까지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서야,
병원으로 향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손가락이 무려 3개나 부러졌던 상황이었고..
그 때부터,
<넘버 3>의 모든 촬영이 끝날 때까지..
최민식 선배님은 손에 기브스를 한 채로,
촬영을 계속 했으며..
나름은 기브스를 감추면서 앵글을 잡느라,
모두가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도 난다.
진정한 "부상 투혼" 이었다고 하겠는데..
그래도 결국,
그만큼의 보람은 있었던 작품이 되었으니..
진짜 괜찮으셨던 거, 맞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