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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못한 자매도 있다!

by 황마담
우리 집에서, 큰이모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처음, 이 사진을 찾았을 때.. 흠칫! 놀랐다.


꽤 오래 전에, 완전히 의절해서..

그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던, 큰이모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조금은 반갑기도 했는데..


아~ 이렇게 서로 왕래를 했던 시절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진 속에 보이는-

귀여운 두 사촌동생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정말로 큰이모네와 같이 있는, 유일한! 사진이다.)




큰이모는.. 우리 엄마의 바로 밑 동생으로-

젊었을 때는, 엄마와 외모가 너무 많이 닮아서..


언젠가, 큰이모가 평상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어줬는데.. 누워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완전히 헷갈리고, 혼동될 정도였다.


그래서 였을까..?


너무 닮아서 싫은 건지-

누가 봐도, 엄마와 큰이모는 '상극' 이었다.


기본적으로 큰이모가,

언니인 우리 엄마를 너무 미워했는데..


그건 어쩌면, 이모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살 터울인 엄마와 큰이모가

동시에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갑자기 외갓집이 많이 힘들어져서,

장남인 큰외삼촌의 뒷바라지만 해도 버거워-


엄마와 큰이모.. 둘 중 하나는,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는, 손윗 사람이

자신을 희생해서 동생을 뒷바라지 한다..

라고 대부분 예상하겠지만-


그러기엔, 우리 엄마가 공부를 너무 잘했고..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별 취미가 없었던 큰이모가 중퇴를 하고,

공장에 취직을 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5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고등학교도 졸업을 못하게 된 큰이모는..


그게 가슴에 한이 되어, 그때부터 두고두고-

엄마와 외할머니를 증오해 왔던 것 같다.




우리가 이 사진 속의- 외할머니 소유의,

집에서 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상은, 우리도 월세를 살았던 거지만..

그걸 큰이모는 절대 믿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외할머니가 장남인,

큰외삼촌에게 마구 다 퍼주는 것처럼-


큰딸인 우리 엄마한테도,

아무도 모르게.. 많이 챙겨줬을 거다. 라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믿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정말로 친정에서 받은 거라곤,

시집갈 때 혼수로 가져간 장롱 하나가 전부라고-


엄마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한번 그렇게 믿어버린 큰이모는 요지부동.


게다가, 큰이모는 시집갈 때..

장롱 하나도 못 가져갔다고 하니;;;;

솔직히 객관적으로, 큰이모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형제들 간에 느끼게 되는, 상대적인 박탈감.

이건 사실 부모의 문제고, 부모의 책임이 큰데..


그렇다고, 또 모든 게-

“할머니의 잘못” 이라고만 하기엔..


보고 배운게 하나도 없는 까막눈에,

15살에 시집와서, 18살에 엄마가 됐던 외할머니는

또 무슨 죄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ㅠㅠ


아무튼, 그렇게 복잡하게..

외갓집 형제들은 모든 관계가 꼬여 버렸다.




자신을 기준으로-

손윗 사람들 (외할머니, 엄마, 큰외삼촌)과는

의절을 해버린 큰이모는..


그래도, 손아랫 사람들인

(막내 이모, 막내 삼촌)과는 교류를 해왔고-


그래서 간간히, 소식은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마저도 오래 전에, 완전히 끝장이 나고야 말았다.


우리 아버지가 위암으로 수술을 하고 난 뒤..

(다행히 초기에, 악성이 아니었다.)


이제는 좀 화해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막내 이모가 큰이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같이 병문안이나 가자고 설득을 했던 모양인데..


글쎄.. 큰이모 왈,


“됐다 그래. 어차피 지금 죽어도 호상이야!”


이 말을 전해 듣게 된 우리 엄마는,

너무나도 당연히!! 거품을 무셨고-

나 역시.. 분노로!! 부들부들~~~~!!!!


그런 악담을 한 큰이모나,

그 말을 그대로 전한 막내 이모나..

다 똑같아 보였고, 모두가 너무나 미웠다!!!!!


그래서, 내가 큰이모를 찾아가서 한판 뜨겠다고-

똑같은 악담을 퍼부어줄테니, 엄마는..

외갓집 형제들과의 인연을 다 끊어버리라고-


그렇게 내가 더 난리를 치면서, 방방- 떴던 것 같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큰이모가 밉다.


누구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나 콤플렉스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그 안에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다치게 만든다면-


그건, 극복하지 못하는..

"바로 그 사람이 문제!" 아닐까...?


(젊은 나이도 아니고, 어렵게 사는 것도 아닌데-)


손주까지 둔 일흔 고령에, 사회적인 지위도 있고,

나름 여유롭게 잘 사는 큰이모가 왜 아직도

과거의 콤플렉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어쩌면 큰이모와 우리는..

앞으로도 영영-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냥 이대로,

서로 모르는 척, 없는 듯 살아가는 게-

오히려 서로에게 더 좋은 일.. 아닐까...?


그저, 서로 "무소식이 희소식" 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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