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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15. 2022

바람

세 번째 시

끌어안은 손끝에 날개가 스치고

익숙한 입김이 나의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역시나 너였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이 되지 않도록

한 사람을 향한 연민이 욕정으로 썩지 않도록

기어이 나를 찾아왔다


내 무덤 위를 가득 채울 가식적인 백합과

미련을 잡아둘 끈끈한 흙과 뿌리 대신에

너는 바람을 세워 어두운 문을 두드리게 했다


이기적인 시체의 꿈을 가진 사내는

네가 남겨둔 그림자를 따라

다시 공허와 무의 세계로 돌아간다


안쓰러우면서도

결코 안쓰럽지 않게 남겨진 사람들만이

오늘도 하루 위에 침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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