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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15. 2022

상실

네 번째 시

손수건이 벌써 다 헤진 걸 보니

기어이 오늘도 우셨구려

기억이란 참으로 쓸모없소


지쳐 잠든 그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야윈 달빛을 묵묵히 바라보았소

그대만큼 참으로 애처롭소


그래도 오늘은 먼지 쌓인 창문과 함께

새장의 문을 활짝 열어두었구려

바라던 대로 드디어 결심한 모양이오


내 걱정일랑 하지 마시오

나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소

오늘은 태양을 열 바퀴나 공전하였소


이제는 그대도 기억의 숲을 벗어나 그대의 길을 가시오

잠시 창가에 머무는 바람처럼

부디 나를 잊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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