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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15. 2022

반딧불이의 묘

다섯 번째 시 [타카하타 이사오,『반딧불이의 묘』를 보고]

폭죽이 멈추지 않는다

어머니를 앗아간 뜨거운 함성

사탕을 좋아했던 어린 여동생은

유리구슬을 빨다가 반딧불이 되었다

먹이기 위해 도둑질도 서슴지 않았지만

결국 도둑도 소중한 것을 도둑맞고 말았다


그럼에도 울음은 터져도 눈물이 나지 않았던 것은

덩그러니 남겨진 여동생의 빈 그네가 아니라

결코 가득 채울 수 없었던 사탕통 때문이었다


아버지를 찾아서 떠난 바다 위에

오히려 아버지의 기억을 묻고

열차역 기둥에 삐걱거리는 몸을 붙이며

수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낯익은 얼굴들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나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부질없는 몸뚱이가 나의 것으로부터 떠나갈수록

온 사방이 그리운 밤으로 짙어질수록

드디어 내 기다림에도 반딧불이 날아들었다


어서, 어서, 눈이 감겨라



Cover Photo By NAVER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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