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시
숨을 쉰다는 것은 결국 죽기 위함이다
바람은 나였고 나 역시 구름이다
말을 뱉는 일은 빼앗기 위한 것이고
사실 그 자체도 빼앗긴 것을 되찾아오는 일이다
이내 검은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 아래에서 낙화했던 꽃잎들이 솟아났다
피리 속에서 쏟아지는 슬픔들이
이기적인 달빛보다 더 마시기 쉽지만
사전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고목들은 결코 들을 수 없었다
말뚝박기를 하던 철수와 줄이는 들었지만
죽음의 서를 펼친 영철이는 듣지 못했다더라
의리 있는 쥐들도 다 듣는데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해
아스팔트를 벗어나 옷을 벗는다
다시 한번 검은 땅이 흔들리고
나는 비상하기 위해 그 틈으로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