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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15. 2022

도묘

열 번째 시

하루 종일 케케묵은 그림자가 내리는

낡은 쓰레기통은 그립고 정겨운 나의 고향

반쯤 미라가 된 고등어에 우아한

곰팡이 꽃 장식으로 성대한 만찬을 차리고

귀신 나온다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폐가는

유난히 새벽별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별을 담는 눈을 가졌고

쥐방울 따위에 얽히지 않고 어디든 가는 작은 발을 가졌다

하지만 불청객처럼 자기 주인에게 쫓겨난 내 친구 나비는

쥐약 먹은 쥐가 자기 신세처럼 가여워 그를 깨물었다고 한다


멍청한 것아- 불쌍한 것아-

도대체 너는 무엇을 훔쳤길래 갈대처럼 쓰러지는가

나 역시 그녀의 집을 나왔을 때 우습게도 겨울비가 내렸다

우수에 젖은 눈을 향해 멀리서 별 하나가 달려들었고

광무 하는 벌레들처럼 나도 미친 듯 신이 난다

세상은 깃털처럼 가볍다가 금세 철근처럼 무거워졌고

나는 냉동식품처럼 차갑게 굳어져갔다


"에이 재수 없게"


별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려고 떠났기에

나는 해바라기처럼 서럽게 울어야 했다


엄마- 여보-

그날 밤, 나는 간절히 당신을 찾았고

당신은 시끄럽다며 낡은 창문에 커튼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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