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열두 번째 시

by 황만복

소리를 삼킨 바람과

빛을 베어내는 어둠의 벌판

먼 지평선 끝에 선술집이 별처럼 떠있다

허전하기만 한 기름때 묻은 두 손은

아기 캥거루마냥 제 굴에 들어서고

천 원짜리 몇 장만이 낙엽같이 인상을 쓴다

사내가 살던 숲은 지폐가 되고

먹먹해진 가슴을 외면한 채

에메랄드 두 손 위에 타는 물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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