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까막까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만복 Jun 15. 2022

그녀처럼

열다섯 번째 시

결국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했군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딱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그대가 생각하는 배려에는 이기심만 가득하군

아마도 오늘 밤 그녀는 술을 한잔하겠지

아무리 잔을 비워도 채워지지 않은 샘을 가진 채

주변 사람들이 모든 힘을 다해 그녀를 위로하지만

뒷모습 한 번 보여주지 않고 떠난 그대의 잔상이

그 모든 것들을 친절한 가식으로 만들어버리겠지

여러 계절들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때쯤

그때 그녀는 그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할 걸세

시간은 그대가 아니라 그녀의 편이니까

그리고 그대는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의 곱절을 더해

그대를 파괴하고 더 공허하고 답답하게 만들겠지

그대가 그토록 저주하던 지옥이 차라리 그리울 만큼

세상에 그 누가 그녀만큼 너를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모든 것은 계획대로

모든 것은 너를 사랑했던 나의 뜻대로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도둑고양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