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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17. 2022

콘크리트

스물한 번째 시

꽃과 벌들이 날아다니는 곳. 산들을, 강들을, 나무들을. 파괴하고 불 지르고 밀어버리고. 사람 키보다 몇십 배, 몇 백배하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세우고 부수고. 얼싸안고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다가. 제일 먼저 덩어리를 세운 사람은 제일 먼저 떠나 뒤에서 웃는다. 다시 콘크리트 덩어리를 파괴하고 불 지르고 밀어버려도. 꽃과 벌 같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 파괴하고 불 지르고 밀어버려도. 사람값보다 몇 천 배, 몇 억 배 하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세우고. 그 아래 풀 몇 포기를 심는다. 하지만 그 위로 꽃과 벌. 꽃과 벌 같은 아이들도 날지도 뛰어놀지 못한다. 그러면서 지들끼리 얼싸안고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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