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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16. 2022

세수

스무 번째 시

새까만 칼자루를 잡은 그녀가

길가에 핀 민들레마냥 어제를 베었고

경계를 넘지 못한 벙어리 시체에서

흩뿌려진 붉은 피가 이슬과 함께 노을로 증발했다


고독을 맹세하는 단절의 칼로

남은 정까지 떼어내려고 했지만

끝끝내 작고 불쌍한 심장이

기르던 강아지처럼 그녀에게 다가간다


살다 보면 다 그런 거지


나만 인정하지 못한 좁은 이해 속에서

나 홀로 잿가루로 세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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