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시
차체에 몸을 싣고. 차창에 손을 내밀어. 손끝으로 느껴지는 바람의 손길로 속도를 느낀다. 빠르게. 점점 빠르게. 가까이 있을수록 더 쉽게 스쳐 지나가고. 멀리 있을수록 나를 기다리는 듯하다. 당신에 대한 기억이 뚜벅뚜벅 걸어와 결국 쓰라린 가슴을 붙잡고 나기까지. 어느새 멀어진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감을 느낀다. 시퍼렇게 째려보는 달빛과는 다르게. 점점 빠르게. 점점 멀리. 당신은 너무도 쉽게 스쳐간다. 다가갈수록 당신은 더 빠르게 달아난다. 좀처럼 당신과 좁혀지지 않는 속도감과 거리감을 느낄 즈음. 차창에 기억을 내밀어 당신을 향해 비친다. 점점 느리게. 제발 느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