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시
밤새 울먹이던 하늘이 금방 눈물을 쏟을 듯하다
벚꽃들은 그 모습이 가여워 땅을 치고 통곡하는데
떠나는 청춘들은 헤아리지 못하고 그 위로 발자국을 새긴다
외로운 지렁이 한 마리가 땅 밖의 세상에 관심을 보일 때
세상은 주인 없는 화실처럼 고요했다
네모나거나 동그랗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꽃이라도 피어야 제 몸 하나 구실 할 수 있는 가난한 대지
오늘처럼 즐거운 날에 함께 울어보자면서
돋아난 새싹들은 언제 잘리거나 밟힐지 두려워했다
떠나지 않으면 온몸이 찢길 것을 알면서도
떠나고 난 후 왜 이렇게 온몸이 흠뻑 젖어있는지
새벽별도 흐르는 바람도 늙은 풀벌레의 노랫소리도
결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