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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17. 2022

개미

서른두 번째 시

빛 하나 들지 않는 감옥

평생 이곳에 살면서 아무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발밑에 소리 없이 다가오는 개미 한 마리

개미는 빛이 반짝거리는 숲에서 왔다

그는 페로몬에 미쳐 어딘가로 흘러가다

비로소 제 짝을 만났고 마음을 주고받다

상처를 받고 다시 그대로 되갚아주면서

더듬이 한 쌍을 사랑의 제단에 바쳤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신이라고 믿어왔던 빛이

한낱 유리조각임을 깨닫고

동시에 유리에 비친 자신도

시꺼멓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사랑도 검게 물들어 보이고

지독한 이별까지 어두운 곳에서 찾아야 했던 그는

기억의 흉터로부터 검은 피가 솟구쳤다

개미는 검은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처럼 스스로 검은 방에 들어왔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느끼는 그에게

결코 자신이 검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시꺼멓고 그을린 발로 그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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