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시
당신에게 돌아가기 위해 온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이 자리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소
수선화처럼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에게
이 꽃 한 송이를 건네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숙연한 그림자로부터 지금 내 몸이 식어가고 있소
차가운 비를 온몸에 맞으며
나를 원망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당신
아- 당신
지금 당신에게 갈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 떨어트린 뼈나 살 따위는
한낱 전리품에 지나지 않소
내 죽음만 떨어뜨릴 것을
당신을 향한 그리움과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했던
수많은 불면의 밤과 별까지
어떻게 이 자리에 두고 가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