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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9. 2022

어머니

여든네 번째 시

비 오는 날 당신은 독감 걸린 어린양에게 솜이불을 둘러매고

핥아주지 못할망정 등 뒤로 채찍질을 하셨습니다 주여

어수룩한 새벽부터 노을 끝자락까지 늘어진 돌피들은

쥐약 담긴 요구르트 세 병으로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주여

당신의 얼굴 닮은 산만한 바위돌이 굴러 나를 덮치는데

웬일로 그날은 비가 오지 않고 당신의 주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불에 익은 늙은 개미가 사는 구로 성심병원 옆 아웃렛에서

당신은 삼만 팔천 오백 원 청바지를 사십칠 분 오초 흥정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만 삼천팔백 원 티셔츠 두장의 흥정은 어디 가셨습니까

벗어놓은 이상한 문학집에서 꼬질꼬질한 사천 원

당신의 시간에 미안하다 외치다 창문을 열어보니 다시 비 오는 날

나도 모르게 한 방울에 주여 두 방울에 주여 주여

묻혀 버린 김치찌개 한 숟갈이 그리워 소주 반 병을 마시고

다시 한 방울에 주여 두 방울에 주여 주여

어머니에 주여 주여 주여

엄마에 주여 주여 주여 주여 주여 주여 주여 주여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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