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다섯 번째 시
지금 들 위에 몰아치는 것은 무엇인가
쇠창살을 긁고 짧게 남은 손톱으로
감히 그것을 퉁길 수 있을까
나는 피 흘리는 해바라기
다시는 너를 우러러보지 않겠다
갈라진 햇살이 나의 손목을 자르고
피 흘리는 천으로 눈을 가려 혀 끝에 독약을 피우리라
한때 굶주렸던 쥐새끼도 벼 냄새에 도망가는 집
쓰레기로 가득한 별이 무거워 사람들은 내일의 옷을 벗는다
이웃집 문턱에 백반을 뿌리고
단두가 박힐 내 벗의 목덜미를 광내도록 닦는다
모래성 같은 온기를 절전하고 모처럼 그림자도 퇴화한다
솟구쳐야 할 게 비단 얼룩진 욕망뿐인가
아아- 칼집밖에 남지 않은 칼의 주인들아
세상에 모든 바드들의 기타 줄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