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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30. 2022

네 형제

여든일곱 번째 시

가련한 홀어머니 밑으로 아들 넷이 있더라

아직 장가 못 간 아들 넷이 산 위에서 함께 살더라

그러던 어느 날 이 집으로 희고 흰 여인네가 세 들어오더라

소처럼 이끌고 밀어주던 자식들이 언제부터인가

제 밥그릇을 먼저 챙기려고 서로 으르렁거리더라

예의 바른 첫째 놈 동네 할머니에게 허리 숙여 인사 허니

학전 댁은 아들 잘 키워서 좋겠소

그 소리에 아버지께 안부 여쭈러 지팡이 들고 산을 내려가더라

산 중턱에서 둘째 놈, 셋째 놈, 넷째 놈을 만났더라

둘째 놈, 셋째 놈, 넷째 놈 큰 형님 어디 가는지 묻지도 않고

도라지 캐던 여인네 뒤만 졸졸 따라 댕기더라

여인네 첫째 놈 보고 어디 가시느냐 묻고

첫째 놈 아버지 산소 간다 허니 여인네가 따라간다 허고

철없는 동생 놈들은 여인네 따라간다 허고

허리 병신 둘째 놈 한 손은 지팡이, 한 손은 허리 짚고 내려가는 모습에

첫째 놈 쓱 웃고 뒤로 돌아 다시 올라가더라

다리병신 셋째 놈 여인네가 들쳐 엎고 지팡이 들고 따라오는 모습에

둘째 놈 빙긋 웃고 뒤로 돌아 다시 올라가더라

나이 어린 넷째 놈 셋째 형 잃고 길 잃다가

멀리서 나란히 걸어오던 셋째 놈과 여인네 보더니

철없게 뭐 했냐며 외치다가 셋째는 아무 소리 내지 않았는데

뽀뽀하고 같이 오줌 누웠대요

넷째 놈 낄낄낄 거리며 지팡이 돌리면서 뛰어다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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