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째 시
끝을 향해 달린다
결승선은 까마득히 보이지 않고
함께 달려간 주자들이 한 명씩 어디론가 사라질 뿐이다
모두에게 나의 영광스러운 뒤통수를 보여주고 싶어서
다시는 만나지도 못할 그 순간과 사람들까지 모두 바치면서
그토록 처절하게 찾아 헤매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한때는 누군가와 쟁쟁하게 달리는 것 같아 보였지만
결국 마무리는 이렇게 혼자 외로이 달리는 것이었나
외면이든 동행이든 당신의 인내심 앞에서는 그 누구도 공평했나
애초에 나는 어디로 달려가고 싶었을까
뒤뜰에 피어있는 햇살과 노을은 지금쯤 얼마나 자랐을까
그때 조금 걷기로 결심했다면 나는 만족할 수 있었을까
멈추지도 돌아가지도 못할
미련만 잔뜩 남은 마라톤이란 걸 알면서도
나의 발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