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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l 01. 2022

악플러

백두 번째 시

01 몇백 년도 살지 못하는 목숨으로

02 특별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고뇌하고

03 특별한 우주라도 있는 것처럼 착각했다

04 삭제

05 사실 만들어진 얼음틀에 삼열 종대 열중쉬어

06 정신과 규율을 끼어 맞추고 살았던 것을 진작 알았다면

07 너의 행동과 사상에 대해 조금은 관대했을까

08 삭제

09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너를 너답게 대하지 못하고

10 누군가의 기준으로 너를 평가하며 퇴고하려 했을까

11 비난으로 망가지는 너를 바라보며 그때 왜 개운하다 여겼을까

12 단지 음료를 차갑게 만들기 위한 얼음에 지나지 않았으면서

13 왜 나는 특별하고 너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14 삭제

15 밤새 너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며

16 왜 정의롭게 토론을 했다고 생각했을까

17 그리고 그 지저분한 토론 끝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18 삭제

19 너의 정신을 날카롭게 자르기 전에 거울을 봤더라면

20 나의 정신이 잘려나가 몽당연필처럼 평범하단 걸 알았다면

21 우리는 지금 이 혹한 속에서도

22 따뜻하게 포옹하고 다시 물방울로 돌아갔을 텐데

23 얼어붙는 고통에 결코 무뎌지지 않고

24 그때마다 아프다며 소리쳤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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