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복 시집 #117
기다린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으면
저도 꽃으로 태어날 걸 그랬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게
이렇게 애가 탄 거였으면
차라리 사랑하지 않을 걸 그랬습니다
푸른 잎으로
피리를 불며 태연한 척
당신을 기다리며 애를 쓰지만
이 기다림이
곧 끝날 것을 알기에
내 작은 눈에 이슬이 고입니다
당신을 보며
기다리는 태양빛이
날 인상 찌푸리게 하지만
당신과 만날
그날의 행복을 떠올리며
난 바람과 향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황만복
백열일곱번째 시
꽃을 기다리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