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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l 05. 2022

아우슈비츠

황만복 시집 #116




한 발짝씩 다가간다

앞서 나간 이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깃덩어리 목숨으로 건초더미마냥 쌓여만 갔다

이곳은 요단강

살아있는 목숨이 죄라면 죄

죄는 죄로써 씻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손에 동전만 한 기름덩어리 비누를 쥐어주고

몇 번째 죄인의 살덩어리련가

나 역시 누군가의 손바닥 속에서 공포와 환희와

의구심과 깨달음 앞에 결국 무릎을 꿇게 만든다

샤워기 틈새로 새어 나오는 빛

영원한 고통은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지금은 욕망조차 상실한 고깃덩어리 몸

어서 고향으로 가자

먼저 떠난 딸과 아내가 사는 찬란한 악몽으로

병정놀이를 즐기는 신이시여

내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감히 살아있는 이 몸

지금 우리는 과거로 한 발짝씩 다가간다



ⓒ Naver Movie, La Vita E Bella



황만복

백열여섯번째 시

아우슈비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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