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마음
“거 누구 없능겨?”
이른 아침 초인종 대신 누군가의 호출 소리가 집 안팎에서 울려 퍼졌다. 집 앞마당엔 오토바이 한 대가 보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빠의 이모, 그러니까 나에겐 이모할머니다.
포도 한 송이와 사과 두어 개를 품에 이고 들르셨다. 아들네가 집에 다녀갔는데, 가져온 과일이 너무 많아 냉장고에서 몇 개 집어오셨단다.
자주 있는 일. 늘 빈손으로 오시는 법이 없다. 자두, 복숭아, 깻잎. 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꼭 오토바이 바구니에 싣고 오신다. 주로 가져오신 먹거리를 창고에 툭 내려놓으시고는, 조카인 아빠와 이런저런 몇 마디 나누신 후 되돌아가신다.
이런 손님은 비단 이모할머니뿐만은 아니다.
귀촌한 부모님 댁 창고엔 누군가 놓고 간 먹거리가 자주 눈에 띈다. 과일부터 구황작물, 채소까지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누가, 언제 가져다 놓은 지 모를 때도 많다. 이럴 땐 박스에 적힌 이름, 과일의 종류 등을 살핀다. ‘동네 산타클로스’가 누군지 유추할 단서를 찾는 것이다.
건너 건너 집 아우, 길 가로질러 앞집 형님, 저쪽 아래 아무개. 덕분에 명절이 아닐 때도 아빠 휴대전화는 늘 감사를 전한다고 바쁘다.
우리 집 창고에 쌓인 과일과 작물들. 단순한 먹거리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결국 오가는 나눔이자, 안부요, 정이며, 마음일 테다. 음. 나도 언젠가는 ‘동네 산타클로스’가 돼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