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캐던 가을(옹달샘 전원 이야기)

어느해 가을, 도라지 캐던 날 / 전원생활 이야기

벌써 6년전 영상이군요.

지난 사진들을 보다가

그 때를 기억하며 가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배추 모종을 심은지도 보름남짓 지난

가을볕이 따가운 어느날

어머니와 함께 산자락 텃밭에 심은 3년생 도라지를 캐던 날인 듯하네요.


지금은 연세가 여든이 가까우신 나이시지만

그 때만해도 70대 중반이시니 한창은 아니어도 기력이 넘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해전에 군에서 전역한 큰 아들과

삽과 호미를 들고 텃밭으로 건너 갔었지요.

아마도 아버님께서는 서울 출타를 하신 듯하고...


도라지밭으로 건너 가시며

배추, 무우가 커다는 모습을 기특해 하고 많이 자랑하셨을 것입니다.

생육좋은 대파, 들깨도 둘러 보시고

"다~ 내하기 나름이란다. 부지런히 돌보면 이렇게 튼실하게 커주지 않니?"


이런저런 어머니 말씀을 듣는 것이 제게는 참 정겨운 시간이었는데

두분만 계시는 적적한 전원생활이라 많이 적적하셨을 것이니

어머니께서는 모처럼의 말문 트이시는 시간이었겠지요.


기관지가 안좋은 아버님과 저를 위해

도라지를 캐서 배와 함께 즙을 내어 중탕을 해주시려는 것입니다.


삽으로 일러주시는 곳을 조심스럽게 팠더니 제법 큰 도라지들이 나왔겠지요.

"얘야~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씨앗 심어 놓기만 했는데, 이렇게 커줘서..."


어머니의 공이 얼마나 들어가셨겠나 싶네요.

풀뽑아주고, 거름섞어 김매주시며 "곡식도 주인 정성에 따라 자라준단다."


도라지 캐어 텃밭을 돌아나오니 산비둘기 소리도 저 앞산 자락에서 들렸을 것입니다.


집으로 내려가는 길

어머니께서 심어 가꾸신 해바라기며 코스모스, 사루비아가 한창이었겠지요.

텃밭의 잘 자라는 배추, 무우, 대파, 들깨, 도라지

그리고 도로가에 화사한 꽃들을 보며 어머니 마음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어머니에게도 꽃같은 시절이 있었겠지요.

좋은 세월 다 가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여생을 보내시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시겠다 생각됩니다.


힘들고 험한 세월 살아오셨는데 좀더 평안하신 여생이셨으면 하네요.

자식 걱정 그만하시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가을이었으면'


2011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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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만에 고향으로 낙향하셔서

산자락 전원에 사시는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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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텃밭에는

보름전 심은 배추, 무우가 무럭무럭 자라고


오른쪽은 들깨

저 앞쪽은 대파

이 밭을 지나야 도라지 밭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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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밭에서 바라본 풍광

집앞으로 소나무가 13그루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하는군요.


3년여 심어 키운 도라지밭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한쪽을 조심스럽게 파서

도라지를 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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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남짓 캤는데

한푸대가 가득하고


이 도라지를

잘 씻어 말려서

기관지 안좋은 아버님과 저에게

배와 함께 중탕을 내려 주신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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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 텃밭에서 내려오는 길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한창이었습니다.

'꽃도 그늘이 있군요. 촘촘촘 코스모스 꽃 그림자'


이 나무는 튤립나무,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볼 수가 없군요.

그늘이 참 좋았는데...


보기는 좋지만 가꾸신다고 애쓰셨을 어머니의 정성이 묻어나는 코스모스

'어디서, 코스모스를 볼 때면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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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당에 가을볕이 한창이고 사루비아, 해바라기, 맨드라미도 한창인데

개 두마리와 닭 열마리 건사하기 힘드시다고 지금은 없어진 녀석들...


6년전 저 평상대 허름했지만 많이 기억납니다.

내 부모님들과 한 시절을 보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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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 윗마당 잔디 가꾸신다고 고생하신 아버님

'잡풀 뽑아주랴 잔디깍아주랴'


도라지 일부를 씻어 말리시고 나머지는 친척분들에게 나눠주시고

양념하여 밥반찬으로 내신답니다.


"식충이냐? 혼자 다 먹게~ 동기간에도 다~ 나하기 나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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