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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Jun 18. 2017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6.9.금. 울진 나드리)

어머니와 함께 한 울진 나드리 / 민물고기 체험관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늘 아련해지는 것은

말수 없으시던 분이 같은 이야기를 뵐 때마다 또 하시어

아버님과 자식들에게 망령된 생각이 들게 하고 부터인 것 같습니다.


내 부모님들은

늙지 않으시고

언제까지나 자식들 곁에 건강하게 계실 줄 알았지요.


가끔

고향에 내려가 뵈올 때면

예전같지 않으시고

자식들 걱정이 되어 하시는

잔소리 많이 느시고

무릅관절이 않좋으시니

걷는 것이 힘드셔서

마을회관 출입 하신지도 오래되었고

어쩌다 가시는 장에도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시고

차 오르내리시는 것이 힘드셔서

왠만하면 가지 않으신답니다.


호젓한 전원주택

아버님 노인회관 출근하시면

말 상대해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작은 텃밭과 화단 가꾸시는 것이 낙이라고 하네요.

그것도 

이제는 기력이 없어서

많이 못하신다지요.


늘 혼자 식사하시는 점심은

당신 드시는 것이라고

대충 챙겨드신다고


한낮에도

노곤하셔서

소파에서 단잠을 주무시곤 하는 어머니


정감없는 아버님

저녁드시고

방에 들어가시면

설걷이 하시고

저녁 내내

혼자 텔레비젼 보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시랍니다.


꾸벅꾸벅 조시는 모습을

자주 뵈오니

깨워드리자니

머쓱해하실까바

조심스럽네요.


지금쯤

어머니댁 아랫마당에는

매실이 다 컸을 테고

감꽃도 떨어졌을 테지요.


누구 찾아오는 이 없는 집에서

큰 길로 자주 눈길 주시는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객지 생활하는

큰아들 안스럽고 해서

바리바리

먹거리 챙겨오신다고

고생하신 내 어머니


지금도

환갑 바라보는 아들 걱정하시는

이제는 늙으신 어머니


울진 나드리 길에 들린

민물고기 체험관

다리가 아프시다고

앉아 쉬시며

처음 보시는 물고기를

돌아 보시는 내 어머니






관절이 불편하시니

처음 그 자리에 또 앉으셔서

눈이 건조해지는 질환 때문에

자꾸 눈을 흠치시는 내 어머니


그렇게

활기차시고

건강하셨던 어머니신데

많이 외소해지시고

기력이 없어 보이셔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고향집에 돌아가셔서

아들에게 전화하시어

책갈피 안에 돈을 넣어 놨으니

반찬이며 야채, 과일 사다 먹으라시는

내 어머니


또 전화하시어

냉장고에 넣워 둔 것들

이것저것 말씀하시며

끼니 굶지말고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시는

내 어머니


아들이

늙어가시는 어머니 걱정을 해야하는데

늙은신 어머니가

아들 걱정을 하십니다.


그래서

목이 메지요.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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