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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Oct 30. 2018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0.29.월. 만추晩秋)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라는 자연의 배려이다" /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요 몇일 가을비 내리고 바람불고 나니

숲의 나무들이 홀쭉해졌고 헐거워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더니

그 안타까운 만큼 숲의 바닥은 더 두터워졌습니다.


그 아침 숲을 산책하고 왔네요.

촉촉한 이슬이 발에 채이고

선선한 숲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늦은 가을 숲(晩秋)

더더욱 아침 숲은 고요하군요.

새소리도 곤충들의 움직임도 없습니다.

이른 숲의 고요랄까요?

저 위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이 모든 소리를 가져간듯...


봄 여름 가을

짧지 않은 긴 여정을 마친 생명들이

한살이를 마무리하는 흔적들은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빛깔도 화려한 단풍빛에서 우중충한 빛으로 변하여

그 무거움을 더하는군요.


지난 계절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왔던 잎사귀를

저렇게 떨구다니 나무의 결정은 단호합니다.

이 가을에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커다란 환란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라는 자연의 배려이다"




저렇게

쏟아버리듯 떨어져 내리면

어쩌란 말인가요?

저 허무를...


한달여(쑥부쟁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이제

흰 빛에서

연한 보랏빛으로

그리고

찬기운에

때가 되어 떨어져 내립니다


향기는 매혹적이었으나

화려했던 가을볕은 짧아

아쉬움만 남는 들국화(산국)의 가을 삶

미련의 한살이였지요


산자락 물 도랑

숨어서 피어난 꽃(용담)인데

하늘과의 짧은 만남

어찌 이리 쉬이 가십니까?


나무는 나무데로

풀은 풀데로

하늘은 하늘데로

그렇게

모두가 늦은 가을을 맞이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떨어져 내리지요


떨어져 내릴 때를

안다는 것

복이다 싶습니다

'미련과 집착은 죄다'싶고


늘 푸른 나무도

잎을 갈고

그 아래

소복히 내려 놓는군요


이 분위기는

아직 가을이 아닌 듯


그러나

그 나무들 아래 서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무들 모르게 떨구는 모습을


숲 아래의 넓은 잎들은

아직도 건장함을 과시하며


빛의 향연이 한창이군요


성질 급하고

먼저 나온 잎사귀들은

먼저 떠나서


나무들 사이가

헐거워집니다


쌍둥이 느티나무

곁에서 서로 양보하며 살다가

단풍 빛은 서로 다르게


나의 멘토 나무 두 그루

반송

목백합나무(튤립나무)

품성 다른 나무들도

많이 내려 놓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서운하네요

1년을 기다려야

이 처연한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겠지요


사슴 눈망울같은

이 가을을 사랑합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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