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Oct 30. 2018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0.29.월. 晩秋)

가을의 신비가 겨울의 신비로 넘어갈 때 /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오후의 가을은

햇살이 있어 더욱 가을다워집니다.

하늘의 빛으로 인해

단풍잎은 더욱 자기 색으로 화려하게 도드라져

혹독한 긴 겨울을 맞이할 나무에게 

마지막 응원을 하는 듯하지요.


저 단풍잎들은

서글픈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열정적인 여름을 보낸

도툼했던 잎사귀가 물기 빠지고 빛이 바래어

야위어 가는 모습은

열정뒤에 오는 허무랄까요?

더욱이

바람결에 휘날리다

나풀나풀 떨어져 내릴 때는

바라보는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이제

나목으로 변해

북풍한설에 맞서는 나무를 상상하네요.

얼마나 의연하고 멋스러운지 말입니다.

이 때

나무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고

시인이며 철학자이지요.

'가난한 시인이며 고뇌하는 철학자'의 모습


지난 계절

나무는 위대했습니다.

폭풍우에 맞서기도 하고

혹독한 가뭄을 이겨내며

긴긴 밤의 외로움도 슬기롭게 헤쳐 나와

나무가 뜻한대로

키움을 한 것이지요.


이제

나무에 깃들었던

곤충들도

나무의 뜻에 따라

자기의 한살이를 정리하며

또 다른 삶을 기약합니다.


슬프지만

슬프기만 하지 않은

보랏빛의 마지막 가을을 맞이 합니다.


그래서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존중합니다




오후의 볕은

빛깔이 다르고


그래서

풍광이 다르고


느낌이 다릅니다


저 하늘의 빛이

내려 앉은 것인가요?


나란한 나무는

나란히 물들어 가다가도


다름을 드리우고


풍요로운 정원을 꾸미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합니다


숲은

잎의 터널이

헐거워지고


잠시

하늘의 따뜻한 기운이

찾아 옵니다


이 시간이면

실내보다는

실외가

더욱 따뜻하지요


그 따뜻한 기운에 힘입어

숲을 오르니

목백합나무(튤립나무) 군락이

반겨줍니다


숲도

눈도

마음도

모두 노랗게 변하지요


이제

노란 눈물을 흘릴 차례


가을은

구름 저 편에서

찾아 오는 것일까요?


'나의 가을은 이렇습니다'


저 길로

늦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따사함이 그리운 나비

작은 바위를 벗어날 줄 모르고


숲의

그 누구도

저 풍광에

한눈 팔지 않습니다


마음 허전한 사람만이


감탄만 자아낼 뿐...


산책길

떨갈나무 잎사귀가

나보란듯 하고


틈 사이를

더욱 도드라지게

붉은 단풍


지나온 산자락이

뒤에서 뭐라고 하는 듯하니


이렇게

미련이 남아

자꾸 뒤돌아 보고


그윽한 눈으로

보고 또 봅니다


'너희들은 언제 와서

언제 어디로 가니?'


슬퍼도 슬퍼하지 않고


그 풍광과 기운에 충실하며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 갈 것입니다


나의 또 다른 이웃은

저렇게 숨어 들고


너의 목소리 듣고 싶은데...


너는 숨기만 하는구나


노오란 단풍이여

이제 안녕~


내년에

또 뵐 수 있겠지요?


한살이의 흔적만을 남기는데


당신들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렵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매거진의 이전글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0.29.월. 만추晩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