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무들에 대하여 /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충주)
종자 아카데미 앞 품격있는 나무 두 그루
왼쪽은 반송 소나무
오른쪽은 목백합나무(튤립나무)
오른쪽에서 해가 떠올랐습니다
늦은 오후
아침의 생동감있는 기운과 다르게
더욱 애쓴 여운이 있지요
나른하게
하늘로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것이
나무의 소명이라는 듯
가지를 내는 것은
나무의 운명에서
갈등입니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종자아카데미 사무실 앞
양지 바른 곳
제법 큰
반송 한 그루
목백합나무(튤립나무) 한 그루
지난 계절
사이좋게 우람함으로 두텁게 자람을 계속하였습니다.
침엽수와 활엽수
바늘 잎과 넓은 잎
잎을 떨구지 않는 침엽수
잎을 떨구는 활엽수
많이 다른 두 나무
밑동부터 다르고
줄기도 다르고
가지도 다르고
그래서
전체 분위가가 확연히 다르네요.
그 다름을 아우르며
한참을 올려다봅니다.
도심가 가로수에 비하면
참 행복한 나무다 싶고
그래서 더욱 부러운 모습이고
행복하고 멋스러우니
그 품세가 더욱 수려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흐뭇한 기운을 선사하겠지요.
이제 깊어가는 가을
여름의 두텁던 잎사귀가
많이 헐거워진 목백합나무
선선한 바람이 불 때마다
사르르 사르르 소리가 나더니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여 갈빛으로 변한 커다란 잎사귀가 아래로 나풀나풀 떨어집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잎사귀는
바람에 동조한 죄로 떨어질 것이고
바람과 타협하지 않은 바늘잎은
독야청청할 것일테고...
그렇게들
혹독한 겨울을 맞이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 나무들 겨울에도 행복할까요?
이른 출근하여 오르는 산책길
강아지풀이 이슬을 맞아 고개를 떨구고
제철인 쑥부쟁이도
새벽 요정이 내려 앉아
처연한 모습입니다
그 새벽 요정과 함께
들어온 가을 손님
왕사마귀
새벽 요정을 호위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가을을 대표하는 거미
무당거미
이슬에 거미줄이 들어나
애 먹고 있습니다
향산정에서 내려다본
충주시 수안보면 수회리 들녁
내려가는 길
잣나무 군락지
저 앞에서
숲속의 요정이 나타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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