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2.20.수. 복수초 이야기)
2월 16일(일) 동학사 계룡산 자락에서 만난 복수초
‘황금잔’으로 피어나기까지
되돌아 보면
지나온 고난의 계절은 신의 섭리와 가호가 있었던 계절이었습니다.
나의 부모들이 한 살이를 마감하던 시절
그리고 다음 세대인 저의 삶이 결정되던 때
어린 나의 동료들이 전능한 ‘숲의 정령’에게 볕이 더 잘 들고 따뜻한 곳을
새 터전으로 삼을 수 있도록 선처를 호소할 때
저는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다 옳은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였지요.
내 부모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너도 저들과 함께 양지바른 곳을 터전으로 함께 해볼 생각이냐?”
“아니어요. 저는 저의 부모들이 소중하게 터전을 일궈온 저 참나무 아래가 좋아요.”
사실
저의 부모들이 살았던 곳은 계곡의 습기가 많은 곳으로
다른 곳에 비해 좋아하는 햇볕이 잘 드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젓하게 나만의 점유지가 있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참나무 아래 밑둥 옆이 저의 보금자리가 되었지요.
살아가면서 저도 한 때는 동료들처럼 양지바르고 외떨어진 호젓한 나만의 공간을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나의 부모들의 흔적과 체취가 있어 부모님들이 살아오면서
겪었을 삶의 희노애락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지요.
그즈음
가고 없는 나의 부모들
이제 내 스스로 이 숲속에서 온전히 내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시련의 계절인 겨울
그 해 겨울은 유독 춥고 메말랐었지요.
양지바른 곳을 선택한 나의 동료들은 그 따뜻함에 적응되어
혹독한 추위가 닥쳤을 때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좋은 곳이라 겨울에도 많은 햇살을 기대하면서...
사실
충분한 볕으로 다른 곳에 비하여 따뜻하였고 그래서 동료들은 행복했습니다.
‘추운 겨울이라도 이렇게 좋은 햇볕만 있으면 혹독한 추위도 염려없을꺼야.’
한편
저는 시작부터 삶이 녹녹치 않았지요.
커다란 참나무님이 우람하게 버티고 서있어 볕도 잘 들지 않고
밑둥 주변은 울퉁불퉁한 뿌리가 튀어나와 있어
온전히 뿌리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내 부모님들도 이와 같은 역경을 극복하며 나를 키워냈구나 생각하니
힘을 낼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겨울 준비를 야무지게 하였지요.
혹독한 계절을 대비하여 살을 찌우고 영양분을 저장하며...
생각보다
겨울은 더 혹독하였고 길었습니다.
추위도 추위였지만 건조한 계절이 계속되어 숲속 생물들 모두가 힘들었지요.
이렇게 건조하다 산불까지 난다고 생각하니 조마조마 하였습니다.
겨울
모두들 혹독한 추위만을 준비했지만
사실 추위보다 건조함이 문제였지요.
나의 동료들
좋은 햇살 때문에 행복에 겨워할 겨를도 없이 메마른 겨울이 지속되니
모두에게 소중한 물기가 사라지고 흙도 건조하여 푸석푸석하니
뿌리가 습기를 모으고 보듬을 수 없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겨울을 대비해 충분한 내성을 갖추지 못한 많은 동료들이 바싹 타들어가며
생을 마감해야 했지요.
나의 부모님들이 늘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얘들아~ 겨울은 추위도 추위지만 건조한 겨울 바람 때문에
긴 메마름에 대비해야 한단다.’
이렇게
저는 상대적으로 추위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참나무님이 떨구어 내린 잎사귀가 저의 육신을 포근히 덮어
이불 역할을 해주어 다행이었고
더욱이
겨우내 내린 눈이 충분이 쌓여 건조한 겨울 바람에도 토양이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봄을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김없이
혹독한 긴 겨울도 가고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습니다.
살아남은 나의 동료들도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니
주위의 모든 생명체들이 감탄을 자아냈지요.
“어머나! 아직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니 대단하셔요!”
저도 동료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나도 꽃을 피워볼까!’
오늘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대를 했는지...
‘꽃이 우리들의 전부라는 것’처럼
그러나
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한 뿌리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꽃을 피우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참으로 고난과 역경의 산물이 꽃인 것입니다.
혹독한 겨울처럼
내 몸에서 아픔이 시작되는군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꽃망울을 밀어 올렸지요.
눈물이 ‘핑’ 돕니다.
내 부모들도 이런 산고의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싶고...
아련히
주변 모든 생명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립니다.
“와~ 대단합니다. 저 것 보셔요! 다른 꽃들보다 더 샛노랗고 기품이 있군요.”
“눈속에서 꽃을 피우다니 정말 위대한 꽃입니다.”
“맞아요! 저 꽃이 ‘황금잔’이라는 꽃이지요.
축하한다! 복수초야~ 꼭 너의 부모를 닮았구나. 훌륭하고 장하다.”
그렇습니다.
저는 복수초이지요.
‘황금잔 복수초’
내 위에서 참나무님이 내려다 보며 감탄의 말을 자아 냅니다.
“저렇게 황금잔의 꽃을 피우기는 무척 어렵지요.
지난 계절 충분한 준비와 인고의 고통으로 탄생하는 꽃입니다.
그래서 모두의 찬양을 받는 것이지요.”
참나무님의 그렁그렁하던 벅찬 물방울이 제게로 떨어지네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
존중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월 26일(금) 전북 완주 봄비 내리던 날 만난 복수초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