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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Nov 24. 2019

하늘말나리 세자매 이야기/ storytelling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1.24.일. 하늘말나리 세자매)

'삶은 잘 살고 못 살고가 아니더라'

      

깊은 산속

물가 

서로 바라다보이는 곳에

하늘말나리 세자매가 

저마다의 터를 잡고 

의미있는 한살이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막내는

물가 가까운

바위옆에 터를 잡았지요.

듬직한 바위가 뒷배경이 되어 멋찐 풍광으로 비춰지기를 소망하며...


다섯 발자국 저편 왼쪽에는

첫째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돌틈사이 나무 뿌리가 솟아오른 사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물빠짐이 좋고

무엇보다 커다란 산벚나무의 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듯했고

간혹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지요.


둘째는

첫째 건너편

막내가 보기에는 오른쪽

커다란 돌틈사이 조금은 습지고 그늘진 곳이었습니다.

세상이 조금은 부끄러운 둘째의 천성으로...


그렇게

세자매는

세모꼴로 서로 마주보며

아침에는 쏟아지는 햇살, 청명한 물소리와 함께

새소리를 들으며 상큼한 인사를 건네고

저녁에는 은은한 노을을 살포시 느끼며

숲속 시인과 철학자들의 달빛아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났지요.


깊은 산속

물가 

서로 바라다보이는 곳에

하늘말나리 세자매가 

저마다의 터를 잡고 

의미있는 한살이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생명들이

왕성한 자람을 이어가

풍성함으로 가득차게 되었을 때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쳐

숲속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커다란 나뭇가지가 꺽이고

무수한 잎사귀들이 떨어져 내리니

가녀린 생명들은

밤새 숲이 울어대는 소리에 겁에 질려야 했지요.


하늘말나리 자매도

윤기있게 자란 돌아가며 돋아난 잎사귀

길게 뻗어 올린 꽃대가 폭풍우에 하염없이 휩쓸리며

이제 끝인가 싶었을 때

비바람이 멎었고

먼 희망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차례의 시련이 더 찾아왔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서로 독려하며 굳굳이 살아갔지요.


막내는

나름 욕심이 있어서

열심으로 발육하여

키도 훤치하고 튼실하게 키워내

꽃몽우리 세개를 틔웠습니다.

언니들의 부러움을 샀지요.


첫째는

나무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

생각이 깊어서인지

아담하게 커서 튼실한 꽃몽우리를 한개 키워냈습니다.


둘째도

수줍게 튼실한 꽃몽우리를 한개 틔웠지요.


막내는 욕심내어 꽃몽우리 3개

첫째는 아담한 꽃몽우리 1개

둘째도 튼실한 꽃몽우리 1개를 키워냈지요


한여름이 절정이던 계절

드디어

꽃을 피울 때가 되었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이며

숲속 생명들이

하늘말나리 자매의 꽃망울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얼마나 아름답기에 저렇게 공을 드릴까요?'


먼저

첫째가 짙은 주황색 꽃을 피워냈을 때

숲속에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세상에! 너무 사랑스런 꽃이군요!'


둘째도

언니를 따라 아름답고 수줍은 꽃을 피웠지요.


막내는

꽃몽우리가 세개이니

먼저 몽우리 맺힌 것이 꽃도 먼저 피워냈습니다.

하루에 한송이씩

삼일에 걸쳐 꽃을 피우고 나니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기운이 쏙 빠져나갔지요.


그러나

언니들 보다 두개의 꽃을 더 피워냈다는 자부심에

많이 기쁘고 우쭐했습니다.

숲속의 많은 찬사가 이어졌고

언니들도 막내가 부러웠지요.

언니들의 진정어린 축하를 받으니 더욱 이 세상이 고맙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첫째가 짙은 주황색 꽃을 피워냈을 때

숲속에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둘째도

언니를 따라 아름답고 수줍은 꽃을 피웠지요

막내는

꽃몽우리가 3개이니

하루에 한송이씩

삼일에 걸쳐 꽃을 피우고 나니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기운이 쏙 빠져나갔습니다


세자매에게

그 아름답고 감사한 마음이

오래가지 못했지요.

일주일이 지나니

꽃의 색깔도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고 벌 나비도 찾아오지 않으니

이제 꽃의 세계를 마감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막내의 먼저 피워진 꽃이 먼저 떨어져내렸지요.

하루에 한송이씩

막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언니들의 마음도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휑한 모습에...


막내의 세 꽃이 지고 나서

언니들의 하나의 꽃도 떨어져 내렸지요.

속으로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 화려한 날이 갔으니...


그러나

슬퍼할 일이 아니었지요.

꽃이 남기 '사랑'

씨앗이 맺혔기 때문입니다.


첫째와 둘째는 꽃이 떨어진 자리에 아주 튼실한 씨앗 몽우리가 솓아났지요.

그런데

막내는 세개의 꽃을 피웠는데

마지막에 핀 꽃만이 씨앗 몽우리가 맺혔습니다.

먼저 피었던 두 꽃은 꽃만 아름답게 피웠던 것이지요.

벌 나비를 유혹하여 마지막 꽃에게 유인케 하려고

또 영양분을 마지막 꽃에게 남겨주려고 그냥 떨어져 내린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화무십일홍

화려한 날은 가고

꽃의 시간을 마감

꽃이 지고 난 자리

첫째와 둘째는 튼실한 씨앗 몽우리가 하나씩

막내는

3개의 꽃을 피웠는데 1개의 씨앗 몽우리만을 맺었습니다

꽃이 피었다고 모두 씨앗을 맺는 것은 아닌듯


그렇게

가을이 왔습니다.

이제

그 윤기나던 줄기며 잎사귀는 알아볼 수 없게 시들어 처연했지요.

그래도

그녀들의 미래인 씨앗을 위해

야위어간 힘겨운 몸으로

마지막 영양분이라도 씨앗으로 보내며 튼실하기를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슬픈 일은

막내의 하나인 열매마져도 벌레가 먹어버려 씨앗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지요.


언니들은

많이 가슴아파했지요.

그러나

막내는

오히려 언니들을 위로 했습니다.

'괜찮아! 언니들 덕분에 외롭지 않고 행복했어!'


슬픈 일은

막내의 하나인 열매마져도 썩어서 씨앗으로서의 가치 상실

언니들은 많이 가슴아파했지요

막내는

오히려 언니들을 위로 했습니다

'괜찮아! 언니들 덕분에 외롭지 않고 행복했어!'



삶이 어설펐던 막내

먼저 핀 꽃은 먼저 지고


앞쪽에

먼저 피었던 화려한 꽃은

늦게 핀 꽃에게 

벌과 나비

그리고 영양분을 양보한 것일까요?


꽃은 세송이 피었는데

씨앗 몽우리는

한개 맺혔습니다


저 앞쪽

왼쪽에는 첫째 언니가

오른쪽에는 둘째 언니가

보입니다


하나 맺힌 씨앗마져도

벌레가 먹어 버렸지요


'내 삶은 의미가 없었나요?'



삶이 진지했던 첫째

알찬 씨앗이라

많이 무겁습니다




삶이 너무 겸손했던 둘째

저는

무겁군요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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