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6.14.일. 달팽이의 철학 이야기)
이른 아침
달팽이가 커다란 집을 이고
한길을 가로 질러 갑니다.
구름에 달가듯(moon walk)
해돋기전
이 벌판 벗어나 숲에 들어서야 하는데
벌써 해가 중천이니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순간이지요.
등의 집은 왜 이리 무거운지?
걸음걸이는 왜 이리 느린지?
한탄 해봅니다.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개미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빠르게 다닐 수 있으니..."
"빠르지요! 건사할 식솔들이 많기에 개미 무리에서 살아가려면
이렇게 빠르고 민첩해야 합니다.
가끔 끔찍하게 밟히고 퇴치제로 몰살하기도 하는게 우리네 삶이니 부러워 마셔요!"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아직도 지나온 만큼을 더 가야 합니다.
햇살이 따가운데
멀리 나무에서 매미 울음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네요.
"시원한 곳에서 노래만 하고 계시니, 참으로 복된 삶이시네요."
"참으로 복되지요. 지난 7년여를 땅속에서 인내하며 살아왔는데 복되게 살아야 합니다. 남은 삶이 1주일여니..."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휙!~ 지나가는 새 그림자
"아휴!~ 참으로 멋찌셔요! 날쌔게 날으시는 모습, 존경합니다."
"좋습니다. 무한한 창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으니...
헌데 우리도 이 계절 짝짓고 알낳고 부화시켜 새끼 양육하려면
몸이 홀쭉할 정도로 축나고 힘들지요.
더더욱 한겨울을 나려면 많은 인고가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더 뜨거워지기전
반나절만에
한길을 지나
숲에 도착했습니다.
짊어진 무게에 등도 아프고
더위에 정신도 혼미하고
매마름에 타 죽을 듯싶었는데
이제 살 것같군요.
스르르 스르르
저와 같이 구름에 달가듯(moon walk)
가로지르는 뱀
"시원한 곳에서 무소불위로 살아가시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좋습니다. 저희들을 협오하는 눈빛만 없다면요."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어느덧
어둑어둑, 숲에 밤이 찾아 들었습니다.
쿵!쿵!쿵!
땅이 흔들리는 진동에 달팽이는 주눅이 들었지요.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나는데
멧돼지였습니다.
"제왕 다우셔요! 풍모와 행동하심이..."
"고맙소! 이풍진 세월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마을 밭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들을 원수대하듯 하니
참으로 야속하지요. 숲이 훼손되어 먹을 것이 부족해서 하는 짓인데..."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애구!~ 내 신세가 그중 났구나!'
평생의 영역이 요정도면 되고
느림으로 보고 듣는 것이 더 아기자기하여 깊이가 있고
숲속의 요정, 버섯님의 배려로 달밤에 풍성한 만찬도 즐길 수 있고
그 달밝은 밤
구름에 달가듯(moon walk)
누구
흉내내어 춤도 출 수 있으니...
'어디! 달도 밝은데 춤 한번 추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