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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y 28. 2024

삶을 기적으로 이끄는 절대 겸손(옹달샘 숲 이야기)

문경새재의 천남성 꽃 이야기 / 홀어머니의 정성과 아들의 과거급제

episode


지난해 가을 돌아가신 아버님 생신

하루 전날 어머니를 모시고 고개넘어 산소에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아들 마음이 아플진데 어머니 속은 어떠실까요?

"그래 잘 왔다. 생신까지는 생각못했는데 이렇게 오니 참 좋구나!"

그리고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다음날 외할아버님 기일

서울 생활 50여년 하시다 고향으로 낙향하시어 넓은 전원생활하시며 텃밭일궈 쌈채소 원없이 길러 보셨고

매실, 복숭아, 감나무등 과실나무 많이도 가꿔 보셨으며

개며 닭도 많이 키워 보셨다시며

늙으니 힘겨우시다고 인근, 외가댁 선산 옆 조그만 집으로 이사하신지 2년여

"아버지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 알았더냐?"시며 적적하심을 표하셨지요.


모처럼 형제분들 내려오신다고

아침부터 분주하신 어머니

얼굴에 화색이 도십니다.


경기도 이천시 율면 오성리, 몇해전 새로 이사하신 외가댁 선산 옆 전원주택
외할아버님 기일 맞아 찾아올 형제들 위해 상석을 닦으시는 어머니
세째 외삼촌의 딸들(이종사촌) 검사와 변호사를 배출한 명당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몇일 후

홀로 계신 서울 문정동 첫째 이모님과 함께

경기도 포천 둘째 이모님댁으로 나물 뜯으러 가셨지요.


얼마나 반가워들 하시는지...

밤새워 이야기꽃을 피우시고

맛난 것 해드시며 돈독한 자매의 정을 나누셨습니다.


이모님댁 주변 정원에서 취나물 뜯으시는 자매분들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맑은 물
"늙은이 사진 뭐 그렇게 많이 찍냐? 멀리 떨어져 찍어라! 얼굴 흉하다"



storytelling(천남성 꽃 이야기)



묘하게 생긴 천남성 꽃



먼 옛날

홀어머니 모시고 낮에는 논밭 일하고 밤에는 과거시험을 위해 열심히 서책을 읽고 글을 짓는 건실한 선비가 살았습니다.

경우 밝으시고 반듯하신 어머니는 마을에서는 아녀자들의 귀감이었고 아들에게는 삶의 표상이었기에

고생많으신 어머니를 위해서도 올 봄에 치러지는 한양 과거시험을 위해 성심을 다했던 것이지요.

"삶을고귀하게 살아가는 비결은 절대 겸손이란다!"

선하신 품성의 어머니의 한결같은 말씀이었습니다


늦은 밤 호롱불 아래 글읽는 아들 옆에서 바느질을 하시며 아들을 응원하였고

이른 새벽에는 뒤켵에 정한수 떠놓으시고 치성을 드리시는 어머니였지요.


그렇게 과거를 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한양길에 많은 인연들을 만날 것이다. 축생들 또한 귀한 것들이니 너의 눈길에 닿는 인연성심을 다하거라!"


십여일을 걸어 문경 고을 조령산 새재에 도착했습니다.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새재길을 몸은 지쳤지만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얼마 남지 않은 한양길

이 새재만 넘으면 사나흘이면 한양에 당도한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웠

좁은 길가 음달에 묘하게 생긴 연초록 꽃이 피어난 것을 보고 마음이 가서 잠시 앉아 쉬면서 내려다 보았지요.

'참으로 묘하게 생긴 꽃이! 마음이 많이 이끌리니 이름은 모르지만 귀한 인연으로 생각하겠구나!'


문경새재를 오르는 내내 이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땅속에서 솟아 오를 때 꽃을 보호하기 위해 외피 잎으로 감싸고 올라옵니다


새재 아래

관료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동화원

그 인근 주막에 도착했을 때 먹거리를 구걸하는 헐벗은 늙은 할아버지와 어린 아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막 평상으로 데리고 와 국밥을 함께 먹었지요.

올라오는 길 옆으로 피어난 꽃 이름을 물으니 '천남성'이라며

약재로 쓰이는데 많이 쓰면 사약이지만 적정량을 음용하면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으며

잠을 청하는데 그 범상치 않은 노인의 다른 말이 기억났습니다.

"단 것만을 쫓지 말고 쓴 것을 가까이 하시오!"


다음날 아침

그 아이가 찿아와 조그만 약 봉지를 전하는 것이었지요.

"할아버지께서 전하라 하셨지요. '중대한 결정을 앞뒀을 때 좀 기우는 쪽으로 선택을 하고 누군가에게 안타까운 신체적 결함이 있을 때, 이 약재를 사용하라'고"


한양에서 과거 급제하여

관청에서 초급 관리로, 없는 사람들의 처지를 가상히 여기는 '측은지심'의 자세로 근무하며 경험과 함께 위 아래 사람들의 믿음에 부합하고자 힘썼고

풍족한 형편은 아니지만 홀어머니를 모셔와 오붓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앞날이 총망되는 젊은이를 사위 삼으려는 료들이 있었는데

한 여인은 부유한 집안과 미모를 겸비한 반면

또 다른 여인은 평범한 집안에 덕망은 으나 신체적 결함이 있었지요. 


어머니께서 늘  말씀해 오셨던 '절대 겸손'을  되새기며

신체적 결함, 즉 눈이 어두운 여인과 혼인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자상하신 배려와 가르침으로 며느리로서 역할은 물론 부인으로서의 본분도 잘 하여

화목한 살림을 살았으며 인근에 좋은소문이 일게 되었고

이 소문을 접한 처가 부모님들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지요.


속 잎도 접혀서 꽃부분을 깜싸고 있지요


좋은 시절이던 어느날

고향에 계실 때 잘 챙겨드시지 못해 얻은 어머니의 지병인 폐렴이 악화되며

'인생 희로애락'중 슬픔을 격게되는 순간 문경새재 노인 건네준 약봉지가 생각났습니다.

한편 어머니를 위해 사용할지 부인의 어두운 눈을 위해 사용할지 고민이 되어

부인에게 문경새재 천남성과 약재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어머니를 위해 사용하셔지요!"라고 하였지요.


이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어머니는 고마운 눈물을 흘리며

몇자 글을 남기고 그 천남성 약재를 음용하여 삶을 마감하였던 것입니다.

이 화목한 가정에 슬픔이 가득하

어머니께서 남기신 유언을 접했지요.

"나는 살만큼 살았단다. 그리고 보람된 삶이었지.

남편을 일찍 여의고 반듯하게 살며 건실하게 아들을 키워 입신양명케 했으니

저 세상 가서 네 아비 보기가 부끄럽지 않겠으니 말이이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화장하여 네 아비 곂에 묻어 다오!

그리고 며느리는 우리 집안의 귀한 사람이니 더욱 믿음 주고 잘 대하거라!"


어머니의 주검을 화장하여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

문경새재 넘어 동화원 인근 그 주막에서 하룻밤을 유하려는데 지난날 그 노인이 나타나 선물을 건내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부음은 참으로 애석하구려! 그리고 부인의 눈의 불편함을 이 작은 선물이 덜어 줄 수 있었으면 하네요! 모쪼록 평강하시오!"

그 천남성 약재를 조심스럽게 조금 복용하고 깊은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 아침

문경새재길 그 아름다운 길을 걸어 내려가는데 부인이 밝은 목소리로 말하네요.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니다.



진짜 꽃은 꽃처럼 보이는 불염포 속 아래 있지요   - 출처: 애니멀피플(생태와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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