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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Nov 21. 2015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1.21.토. 특별한 꽃들)

특별한 꽃들의 2015 생태일지...

꽃의 목적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암술 수술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씨앗을 맺으니...

 

모든 꽃은 아름답지요...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어찌 꽃보다 아름답겠습니까?...

 

다만... 

사람에게는...

실망스런 면도 있지만...

사람에게만 있는 삶의 감동이 있기 때문에...

가끔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역경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선의의 목적을 이뤄가며...

모두를 유익하게 하는 삶이겠지요...

 

꽃이...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찬란한 꽃을 피워...

주변을 밝혀주며...

곤충에게 도움을 주고...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하듯이...

 

이제...

겨울입니다...

혹독한 추운 긴긴 날을 묵묵히 견뎌내고...

이른 봄부터 피어날 꽃들을 생각하며...

지금은 가고 없지만...

그 꽃들의 정령들을 응원합니다...  


 

어느 따사한 봄날인 3월 중순...

계곡 물길을 따라...

가보지 않았던 계곡을 올라갔지요...

기대감으로 조금은 긴장되어...

주변을 살피는데...

마른 낙엽을 뚫고 올라온 청노루귀 군락 발견...

탄성이 절로 나오고...

감사함에 하늘을 올려다봤던...

많이 흥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꽃은 그런 것이지요...

 

3월 하순...

부모님 두분 사시는시골집...

뒤켵 양지바른 곳...

솜털이 뽀송뽀송한...

할미꽃이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이 할미꽃만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3월 하순...

깽깽이풀 꽃입니다...

한창 농사일로 바쁠 시기...

한가롭게 양지바른 곳에 예쁘게 피어났다고...

농부들로 부터 핀잔을 듣는 꽃이지요...

 

4월 중순...

초록이 가득한 화단에...

기다란 꽃대에...

꽃들이 주렁주렁...

금낭화 꽃입니다...

옛날 여학생의 따은 머리 같군요...

 

4월 하순...

계곡 산책하다 만난...

으름덩굴 꽃입니다...

우리나라 바나나...

꽃술에 고추장이 묻은 듯...

이 꽃술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가 봅니다...

 

5월 초...

산자락을 오르는데...

커다란 잎사귀가 보이길래...

가만히 앉아 잎을 젖혀 보니...

새끼 손톱크기 만한 꽃을 달고 있는데...

은은한 향이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은방울꽃...

 

5월 중순...

충북 음성 봉학골 산림욕장...

야생화 단지에...

매발톱 꽃이 피었습니다...

보라색 꽃잎 위로...

꽃자루 솓은 모양이...

매의 발톱을 닮았다지요...

 

5월 중순...

용인 수지 아파트 단지내...

잘 조성된 화단...

때죽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꿀향기 향이 나는군요...

아카시 꽃처럼 기다란 꽃대에 꽃이 주렁주렁...

개개의 꽃모양은 쪽동백 꽃과 유사합니다...

때죽나무 꽃이 떨어져 하얀 산책길...

그 꽃을 즈려밟아 보셨나요?...


6월 중순...

우리나라 토종 나팔꽃인...

메꽃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나팔꽃은...

외래종이 토착종이 된 경우...

이녀석은 꽃빛깔도 은은하고...

잎사귀는 방패 모양...

갸녀린 모습이라 더욱 사랑스럽지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 초...

연못의 수련입니다...

연꽃보다는 작고...

연꽃은 꽃대를 물위에 길게 세워 꽃을 피우지만...

수련은 수면 위에 꽃을 피우지요...

더위를 싫어하여...

한 여름에는 꽃을 열고 있는 시간이 짧습니다...

오후 3시면 꽃을 닫아 버리지요...

그래서 잠을 많이 자는 꽃...

수련(睡蓮)입니다...

 

7월 초...

화단 가장자리에...

겸손하게...

꽃을 아래로 내리고...

조신하게 피어난...

초롱꽃입니다...

 

7월 초...

높고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꽃...

하늘말나리입니다...

잎사귀가 가지런히 돌려나고...

그 위로 꽃대가 길게 올라온 곳에...

하늘을 향해 꽃을 피웠지요...

바람에 낭창낭창 흔들리는 모습은...

참으로 멋스럽습니다...

 

7월 중순...

바닥에...

너무 작게 피어나서...

몇해를 지나쳤던 꽃인데...

어느날 시절인연이 있어서...

마주쳤지요...

바위취 꽃입니다...

엄지손가락 마디크기...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지요...

 

7월 말...

화단에 요상하게 생긴 꽃이 피었지요...

시계꽃입니다...

시계 시침, 분침, 초침을 닮은 꽃...

기독교 그리스도 고난사가 형상화된 꽃이라네요...


시계꽃은 종종 '예수의 수난'(The Passion of Christ)을 상징하는 식물로 인용 

이 꽃에 붙여진 'passion'이란 단어도 이 말에서 유래 

즉 꽃부리는 가시관을 가리키고, 

암술대는 십자가에 박힌 못을, 

수술은 5군데의 상처를 뜻하며 

또한 각각 5장의 꽃받침잎과 꽃잎은 

예수의 12제자 중 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그를 알지 못한다고 3번 부인한 베드로를 제외한 10명의 사도를 가리킨다고...  


 

9월 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시작하던 때...

계곡물 소리를 듣고 피어어는...

물봉선입니다...

잎사귀는 깻잎 모양이고...

꽃은 아름답움이전에 요염하기까지 하지요...

 

9월 하순...

이녀석도 메꽃인가요?...

아닙니다...

고구마 꽃이지요...

고구마 꽃...

쉽게 볼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너도 그 별에서 왔니?'...

 

춘원 이광수의 회고록에는 고구마 꽃을 '백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꽃'이라고 기록돼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귀하게 피어났다는 고구마 꽃은 1945년 해방 당시, 1953년 휴전, 

1970년 남북공동성명발표 직전에 고구마 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고...

(<연합뉴스> 2012년 7월 16일 치 보도)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보기 힘든 고구마 꽃을 오래전부터 길조(吉兆)로 여겨 왔다는군요...


10월 중순...

가을빛이 완연할 때...

물기 많은 곳...

수풀사이에...

기다란 누운 줄기에 꽃을 피우는...

용담 꽃입니다...

뿌리의 맛이 용의 쓸개처럼 쓰다고...


'이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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