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치 세자매의 도토리 나무를 위한 노력
이제 곧 봄인데 가을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오고있는 봄이 첫 번째 봄이라고 하네요.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라는 말은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남긴 명언으로,
단풍이 든 가을 잎이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물드는 모습을 찬양한 문구
영어로는 “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
프랑스어로는 “L’automne est un deuxième printemps où chaque feuille est une fleur.”
독일어로는 “Der Herbst ist ein zweiter Fruehling, wo jedes Blatt zur Bluete wird.”
이제 곧 야생화가 피어날 것입니다.
입춘(2.4) 전후하여 복수초
경칩(3.5) 전후하여 노루귀
이제 꽃마중 가야지요!
늘 푸른 소나무 숲에 참나무인 신갈나무 한 그루가 터를 잡고 살고 있었습니다.
소나무들의 위압에도 굳건하게 자라며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려 했지만 쉽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해 어치 자매 세마리가 상수리 나무에 찾아와 은거하면서 친밀하게 되었습니다.
"신갈나무님! 소나무들의 위세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맏 언니가 말했지요.
"처음 터전을 잡을 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은 소나무들도 저를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뭐? 도울 일 있으면 말씀하셔요."
"사실 가을이 되어 도토리가 열리게 되면 나의 분신 도토리들이 멀리멀리 퍼져서
새싹으로 자라나는 것이 저의 희망인데 지금까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요.
가을에 도우실 일이 있을 겁니다."
소나무 숲은 늘 푸른 숲으로 한 겨울에도 보기 좋게 푸르르고 군락으로 크게 자라니
옛날부터 궁궐과 집을 지을 때 기둥과 섣가래로 이용되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참나무들은 잡목으로 취급되어 버섯을 키우고 땔감으로 이용되었지요.
사실 잎이 넓은 활엽수종인 참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은 더욱 깊이가 있고 폭넓은 생태계를 유지하여
수 많은 생명들에게 먹거리와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참나무의 수액은 벌, 나비, 딱정벌레의 귀중한 먹거리로 이용되고
가을숲에 떨어지는 수 많은 도토리들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멧돼지, 반달곰, 너구리, 오소리, 청설모, 다람쥐 등 포유 동물들의 주요 먹거리로 매우 요긴하며
늙은 참나무들에는 버섯 균사들이 서식하여 다양한 작은 생명들을 키워내는 귀중한 역학을 하지요.
어치 세 자매는 참나무인 신갈나무에서 한해를 보내며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수많은 곤충이 왕래하고 동물들이 먹거리를 찾아 신갈나무 곁으로 오곤하였지요.
'풍족한 숲을 이루는데 참나무만한 나무도 없는 것 같구나!'
그래서 어치들 세 자매가 '참나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어치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주요 먹거리인 도토리를 저장하는 습관이 있지요.
커다란 나무 줄기의 갈라진 틈이나 땅속에 튼실한 도토리를 숨겨놓고
둥지에 저장해둔 먹거리가 떨어지면 그 도토리들을 찾아 먹는 것입니다.
어치 세 자매는 올해는 더 많은 도토리를 멀리 날라다 땅속에 숨겨 놓기로 약속을 하였지요.
맏 언니가 땅속에 묻어 둔 그 많은 튼실한 도토리에서
뿌리가 내리 뻗고 싹이 돋아나 어린 신갈나무들의 도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
맏 언니 어치는 신갈나무로 부터 한참을 날아가 물고 온 도토리를 볕좋은 땅속에 묻기를 가을 내내 하였고
둘째 어치도 언니와는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도토리를 묻었고
막내 어치도 언니들 처럼 열심으로 도토리를 물어다 땅속에 저장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겨울이 되었을 때
각자의 둥지에 저장해둔 먹거리가 떨어지자
늘 배고픈 막내 어치는 도토리 저장해 놓은 곳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내어 야무지게 먹어치웠지요.
둘째 어치는 저장해 놓은 도토리중에서 제일 튼실한 도토리를 우선적으로 선별하여 배고픔을 해결하며 겨울을 지냈고
신갈나무의 고민과 꿈을 더 많이 이해한 맏 언니 어치는
숨겨놓은 도토리중에서 튼실하지 않은 도토리를 우선적으로 선별해서 허기를 해결하였던 것입니다.
혹독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을 때 어치 세 자매가 신갈나무 곁으로 날아와 대화를 하네요.
"언니들! 나는 땅속에 숨겨놓은 도토리를 모두 찾아내어 배고픔없이 겨울을 지냈어요! 언니들은 어땠어요?"
"나는 그래도 참나무를 생각해 튼실한 도토리만 먹어서
아마도 내가 숨겨놓은 도토리들이 제법 땅속에서 싹을 틔울 준비를 할꺼야."
둘째가 말하자 맏 언니가
"그렇구나! 나도 한겨울 배고픔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참나무 이야기가 계속 생각나서 숨겨놓은 도토리중에
튼실하지 않은 도토리을 우선적으로 찾아내어 허기를 면하곤 했단다."
어치 세 자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상수리나무가
"자매님들! 나름대로 저희 참나무를 위하여 애써주신 것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자매님들의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겠지요."
따뜻한 기운에 만물이 소행하기 시작하자
땅속의 도토리들도 새싹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어치가 남겨놓은 도토리들은 겉은 멀쩡했지만
속은 썩어서 싹을 틔우지 못했고
설령 싹을 틔웠어도 영양분인 배아가 부실하여
새싹에게 큰 도움이 못되어 시들어 버리고 말았지요.
반면 맏 언니 어치의 남겨 놓은 튼실한 도토리들은 새싹을 힘차가 틔우고
영양분이 듬뿍인 배아로 부터 양분을 받아서 튼실하게 뿌리를 내리며
우람한 나무로 자랄 기반을 다졌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맏 언니 어치가 배려한 수 많은 도토리들이
그렇게 참나무로써의 힘찬 삶을 시작하였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