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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r 14. 2021

한번 펼쳐봐, 재밌어.

Feat. 한국 과학 문명사 강의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다며 동네방네 소문"만" 내고 다녔다.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었다면 핑계겠지만, 한국사를 공부할 시간이 생길 때마다 다른 공부 거리가 눈에 들어왔고, 수업 준비를 핑계로 미국사나 세계사에 더 관심을 뺏기고 있던 차였다. 다행스럽게도 2021년 상반기에 <책과 함께> 서평단으로 뽑혔고, 멤버들과 함께 읽고 글을 쓰면서 시너지 효과에 힘입어 바쁜 와중에도 즐겁게 책을 읽고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은 지난 3주간 열심히 읽은 벽돌 책, <한국 과학 문명사 강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무려 9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완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사를 잘 몰랐던 내가 평소에 갖고 있었던 궁금증들이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자 짜릿한 경험이었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1부: 하늘 - 천문학의 탄생 

2부: 땅 - 지도와 지리, 그리고 광물질 

3부: 자연 -옛사람들의 자연 분류

4부: 몸 - 유서 깊은 우리 한의학 

5부: 기술과 발명 - 창의성의 결정체, 기술과 발명

6부: 한국 근현대 과학사 - 백여 년에 걸친 과학기술의 경주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책이 굉장히 "재밌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었다. 90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의 과학 문명사 -- 이름만 봐도 이미 어려운 -- 는 나한테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 책은 제법 친절하다. 자칫하면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쉽게 설명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간과 글이 허락한다면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요약하여 시리즈로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만큼 주제들이 재밌어서 한 가지의 주제만 갖고도 몇 시간을 떠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리뷰를 쓸 때 고민을 역대급으로 길게 했다. 무엇에 대해 써야 잘 썼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반, 다 쓰고 싶은 욕심 반. 그렇게 고민하다가 고른 두 가지 주제는 바로  <흉년에 백성을 구한 구황 식물> 그리고 <옛사람들의 전염병 대처법>이다. 두 가지가 지금 현재 나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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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에 백성을 구한 구황 식물> 


재난이 나라를 덮친 시기에 백성들이 속수무책으로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을 때였다.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라에서 <신간 구황 촬요>를 집필하였고, 백성들은 그를 통해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죽음을 가까스로 면 할 수 있었다. 


<구황식물>은 흉년을 구하는 식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이다.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식물인 줄도 모르고 다이어트 때마다 감자 혹은 고구마를 먹으며 툴툴거리기 바빴는데, 앞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사람을 살리는 구황식물, 이름도 멋지다. 


또한, 구황식물 탄생의 배경이 흥미로웠다. 많은 백성들이 굶주림에 죽을 위기에 빠지자,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나라에서 읽기 쉬운 한글로 세종대왕의 <구황 촬요> 1편을 재편하여 백성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 그때 당시, 흉년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굶주림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백성들의 손을 놓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라도 많은 이들을 살리려고 끝까지 노력했던 그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져서 뭉클했다. 


예나 지금이나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백성들을 위해 <구황식물>에 대한 정보를 빼곡히 적어서 백성들에게 배포했던 그때의 나라님들처럼, 오늘의 나라님들도 긍휼 한 마음으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먹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안녕을 살펴봐주셨으면. 적어도 음식이 부족해서 배고픔에 허덕이거나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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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전염병 대처법>


와. "염병하네!"의 <염병> 이 <전염병>의 줄임말이었다니.

"학을 뗐다"라는 말이 추웠다 열났다 벌벌 떨게 하는 병인 <학질>로 부터 나온 말이라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이렇게 짜릿하다. 


옛사람들은 전염병에 맞서기 위해 피난을 선택했다고 한다. 옆동네에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이 들리면, 재빨리 산속이나 저 멀리 친척집에 갔다가 돌림병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또한, 사람들은 돌림병이 귀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었기에, 전염병 귀신인 <역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억울하게 죽은 넋들이 뭉쳐 이승을 떠돌며 전염병을 바람처럼 퍼트린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과거엔 의술이 빈약했기 때문에 의술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전염병에 맞섰다. 그리고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는 명의 <허준>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며 코로나를 생각하게 된다. 전염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의술이 발전하여 더 이상 피난을 가지 않아도 되고, 역신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의술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또한, 보기만 해도 갑갑한 방호복을 입고 한 명의 숭고한 삶이라도 살리려 애쓰시는 오늘날의 의료진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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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스토리텔링에 푹 빠지게 되는 마약 같은 책이다. 평소에 우리나라의 과학 문명에 대해 궁금했다면, 위의 주제들에 관심이 많다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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