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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Jan 13. 2020

2020, 다이어리 정하기.

2019년엔 7권, 2020년엔 10권!

나는 어릴 적부터 일기를 써왔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기를 쓰지 않으면 하루가 마무리가 안된 느낌이 자꾸 든다.

한때는 트렌드를 따라가 보자는 마음에 노트북으로 일기를 쓰고, wordpress에 일기를 꾸준히 올렸던 적도 있고, 심지어 2016년에는 인스타그램에 "1일 1포 스팅"이라는 주제로 그날 무엇을 먹었고, 읽었고, 기억에 가장 남았는지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올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내 인스타그램에는 포스팅이 약 2800개 정도 된다.)


하지만 아날로그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걱서걱 거리는 펜 소리를 정말 좋아하고 손으로 종이를 꾸깃꾸깃거리며 doodling 하는 것을 좋아하는 1인으로써, 결국 "손으로 쓰는 게 제맛인" 다이어리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고, 어릴 적부터 2018년까지 내가 쓴 일기장은 30권이 훌쩍 넘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2019년부터 나의 글쓰기/일기 쓰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뭔가 내 삶에 있어서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진 것도 있고, 

책과 영화를 더 맹목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쓸 리뷰가 많아진 것도 있다. 

무엇보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이가 한 살이 추가가 되면서 얻는 인사이트가 가장 커진 게 큰 이유인 듯하다. 


그래서, 2019년에는 총 7권의 다이어리를 썼고, 

2020년에는 총 10권의 다이어리를 돌아가며 쓸 예정이다.


2019년의 마지막은, 2020년에 쓸 다이어리를 고르느라 고민을 한 시간들이 꽤나 길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만큼 좋은 다이어리를 쓰고 싶었다.


나의 이런 습관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물어본다.

왜 그렇게 다이어리를 많이 쓰냐고. 

쓸 내용이 그렇게나 많냐고. 

일기장 한 권도 채우기 어려운데 10권은 어떻게 채우며, 그 10권의 용도는 다 무엇이냐고. 


그래서 오늘 포스팅에는 어쩌다 내가 2020년에 10권의 다이어리와 함께 하게 되었는지 공유해보려 한다.




“The diary will really try and tell people who you are and what you were. The alternative is writing nothing, or creating a totally lifeless, as it is leafless, garden."  -- John Robert Fowles



(1) Starbucks 2020 Purple Diary

이 다이어리는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적어두는 다이어리이다. 

대부분 나의 생각과 느낀 점, 그리고 insight를 위주로 적는다. 

또한, 내가 너무 바쁜 나머지, 구구절절 내 하루를 적을 시간이 없을 때, 키워드로 하루를 정리하는 용으로 쓴다. 

그렇게 정리라도 해두면, 주말이나 내가 시간이 남을 때 이 다이어리를 펼쳐보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고, 그 기억의 발자취를 따라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 후, 세세하게 적는다. 

사이즈도 아담하고 내용도 짧게 쓰게끔 선이 많지 않아서 부담 없이 데일리로 쓸 수 있는 다이어리. 


(2) Starbucks 2020 Green 

이 다이어리에는 Purple Diary에 써둔 키워드들을 본격적으로 풀어쓴다. 하루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뭘 먹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기쁨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쓴다. 특히 행복했던 일은 그때 느꼈던 감정 하나하나 세세하게 적어둔다. 그래서인지 슬프거나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일기장을 펴보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3) 2020 별별 일상 

나의 업무기록용이다. 이 다이어리는 다 GRID로 되어있어서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선에 잘 맞춰서 쓸 수 있어서 업무용으로 제격이다. 학생들 스케줄 관리, 내 스케줄 관리, 과제, 수업 관련 코멘트, 시수, 해야 할 일 등등 아주 많은 것을 적는다. 위클리로 되어있어서 스케줄을 한눈에 보기가 굉장히 편하고 PVC 커버도 있어서 뭐가 묻어도 부담 없이 닦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뜬금없지만, 먼슬리에는 내가 그 날 무엇을 먹었는지 적어둔다. 이상하게 뭘 먹었는지 쓰고 나중에 보는 게 난 그렇게 재밌다. 


(4) Make it Count Bichon Frise 다이어리 

이 다이어리는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애기 루나가 비숑 프리제 종이라서 괜히 반가운 마음에 지르고 본 다이어리다. 하지만 나의 감사일기이자 걱정 일기장이다. 내가 걱정이 있을 때 이 다이어리에 글을 휘갈겨 쓰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찬가지로 감사 일기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걱정 끝에는 내가 감사하게 느끼는 것들을 세세하게 적는다. 개인적으로 나와 가장 intimate 한 관계인 다이어리이다. 내가 나 다울 수 있고, 200%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 


(5, 6) Life and Pieces - Monthly + Daily

Life & Pieces Daily는 작년에도 너무 잘 썼는데, 올해에는 사이즈가 더 크게 나와서 너무 좋다. 

A) Monthly 용은 날짜에 오타가 2개가 났다는 이유로 돈을 환불해주셨다. Life and Pieces의 프로의식에 감탄하며 쓰고 있는 Monthly 용은 나의 생산적인 활동을 보는 다이어리이다. 오늘처럼 Brunch에 글을 썼다던지,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썼다던지,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던지, 방의 구조를 바꿨다던지 (방의 구조를 바꾸면 이상하게 일이 잘되는 1인.) 등등 내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데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기여한 행동이나 생각들을 적는 다이어리.

B) Daily 용은 리뷰용이다. 대체적으로 영화/책에 관련된 이야기가 가득하다. 1일 1페이지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담겨 있는 다이어리이다. 작년에 썼을 때는 크기가 작아서 살짝 불편함이 있었는데, 2020년에 사이즈가 크게 나와서 너무 좋다. 지금까지 이 다이어리에는 Netflix - The Witcher의 지분이 가장 많다. 


(7) Sleeping Piece Pink 

이 다이어리는 '다꾸용'이다.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로, 스티커와 다양한 stationery (마스킹 테이프, 글리터, 등등)를 이용해서 다이어리를 꾸미는 걸 말한다. 나는 스티커를 정말 좋아하고 이것저것 오려 붙이고 나의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 역시 좋아하기 때문에 나에게 꼭 필수인 다이어리다. 비침이 없어서 좋다. 이 다이어리는 아마 곧 있으면 정말 많이 두꺼워질 예정이다.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를 쓰면 꼭 그러더라.


(8) 나의 색 나의 다이어리 Purple 

퍼플이 유독 많은 이유는 PURPLE IS MY FAVORITE COLOR!

이 다이어리는 내 독서노트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한 권을 읽고 끝낸 후에 다른 책을 집어 드는 게 아니라, 내 방, 차, 학원, 등 내가 가는 곳마다 책이 손에 집히게끔 여기저기에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 편이다. (나중에 독서에 관련된 나의 덕심 역시 브런치에 내뿜을예정.) 그래서 한 번에 5-6권씩을 번갈아가면서 읽는다. (한권만 쭉 읽으면 사실 질리기도 하고.) 독서노트에 언제 어떤 책을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까지 읽었는지 적어두고, 그 사이에 느낀 점을 적어두니 나중에 책을 다시 집어 들었을 때도 이해가 훨씬 더 잘되고 나중에 읽으면 좋을까 봐 올해 처음 시도해보는 새로운 타입의 독서노트이다. 


여태까지 독서노트는 그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적어두고 리뷰 몇 줄 적은 게 다라면, 올해부터는 서평을 꾸준하게 적어볼 예정이다. 


(9) 미도리 2020 Notebook Diary

이건 선물 받았다. 시간관리용으로 받은 건데, 24시간이 촘촘하게 시간별로 나뉘어 있어서 내가 하루를 어떻게 썼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Daily Report 쓰기에 딱 적합한 구조이다. 이 다이어리 역시 나와 늘 함께하는 다이어리. 들고 다니기에는 무게가 꽤 있다 -- 1일 1페이지인지라 많이 두껍다. 하지만 만년필로 써도 비침이 없다는 게 아주 큰 장점이다. 단점은, 사악한 가격이다. 


(10) C27 Diary

이건 서포터스 신청을 했더니 C27 (가로수길 치즈케이크가 맛있는 카페)에서 보내주신 다이어리. 이 다이어리는 내 생각 bank로 쓰고 있다. 가끔 저 위에 있는 9권의 다이어리 그 어떤 곳에도 fit in 하지 못하는 내용의 글을 적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이 다이어리에 끄적끄적거린다. 끄적 임용은 2019년에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대체적으로 내가 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들이나, 내 일을 위한 아이디어들은 생각 없이 daydreaming  하면서 "끄적임" 다이어리에 쓴 내용들에서 많이 나왔다. 나는 doodling의 힘을 믿기 때문에, 끄적임 다이어리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2020년 들어서 이 다이어리에 쓴 건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지만, 2020년의 끝자락에 이 다이어리가 과연 어떻게 변신할지 나도 사뭇 궁금해지는 밤이다. 



이렇게 정리를 해두니 내가 왜 다이어리를 쓰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고민하시는 분들, 이 포스팅을 보시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꼭 일기를 쓰시면 좋겠다. 일기장이 왜 소중한지에 대한 이유는 수만 가지가 되겠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훗날 읽었을 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볼 수 있고 그를 통해서 배울 점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로부터 배우고, 보다 나은 미래의 내가 되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Writing in a diary is a really strange experience for someone like me. Not only because I've never written anything before, but also because it seems to me that later on neither I nor anyone else will be interested in the musings of a thirteen-year-old schoolgirl.   -- Anne F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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