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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r 14. 2019

프리랜서? No Thanks.

아직은.

프리랜서. 

집순이인 나에게는 최적의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어릴 적부터 프리랜서가 되는 것이 

나의 작지만 큰 꿈이었다. 


본격적으로 일에 미쳐 살았을 땐 집에선 잠만 자고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보냈기에,

집을 너무 사랑하는 나에게 프리랜서란 타이틀은 정말 절실했다. 


프리랜서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었던 탓일까.


그렇게 결국,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2018년 1월.

내게는 어쩌면 고향과도 같았던 학원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쿨-하게 서울로 왔더란다.


그렇게 나의 프리랜서 생활은 시작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프리랜서로써 살고 있다. 


지금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잘 살았다고, 

일적인 면에서 정말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 

A Big No-No.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아니, 패배했다는 말이 더 맞다. 



나는 '쉼'과 '잠'의 유혹으로부터 이기지 못했다. 


나는 프리랜서가 되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햇볕이 쨍-하게 드는 곳에 앉아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번역을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책을 읽으며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면서 내가 하루에 해야 할 일의 할당량 이상을 아주 쉽게 채울 줄 알았다. 


현실은? 

침대만 보면 눕고 싶어 지고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은 열지도 못하며,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탓에 얼굴만 빨개지고 두드러기만 잔뜩 나더라. 


때문인지 내 방은 언제나 어둡다. 그래서 잠이 더 잘 온다. 

수면제가 따로 필요 없는 그런 방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잠을 자는데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낮과 밤 패턴이 아예 뒤 바뀌었으며, 
따라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점점 떨어져 갔다. 


일적인 면에서는 완벽함을 추구했던 내가, 점점 실수를 허용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도 자기 합리화를 하며 나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자기 위로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난 1년을 한심하게, 바보처럼 허송세월을 흘려보냈다. 


나 자신에게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은 바로 내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정신 못 차리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게으른 하루를 보내는 것이 끔찍했지만, 항상 나 자신에게 이렇게 되뇌었다.

뭐 어때? 그래도 돈 잘 벌잖아. 그거면 된 거 아냐?


나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벌만치 버니까."

"최소한의 사람 구실은 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예슬." 

이렇게 위로를 했던 것이었다. 


생각할수록 정말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민다. 

그렇게 생각했던 나를 매우 때리고 싶다.


어떻게 나의 인생을 헛되게 보낸 것에 대한 것을 돈으로 채울 생각을 했을까? 

과연 그 시간들을 그렇게 보낸 것이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었을까? 


아니. 
절대 아니지.
결코 그럴 수 없지. 


그래서일까. 

조금 더 빨리 내가 잘못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몰려오지만, 

그래도 지금에서야 이렇게 정신을 차렸다는 것에 감사하다. 


정신을 차린 지금, 

나는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열심히 살고 있다. 

번역, 독서, 수업 준비, 출판 준비, 촬영 등등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요즘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 No Thanks.


나는 아직 프리랜서로 살기엔 미성숙한가 보다. 

아직도 어렵다.


집 = 일 하는 곳 

이 idea를 아직도 받아들이기가 너무너무 어렵다. 

나는 언제쯤 쉬이 집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이지 않을까 싶다.


Trust me,

프리랜서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나도 프리랜서가 되면 책임감 있게, 이 세상 누구보다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다.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과 완벽한 마스터플랜, 그리고 그 플랜에 맞춰 살겠다는 강한 의지가 꼭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좀 더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끝으로 이 시대의 모든 프리랜서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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